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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자료(19)

「함께 웃는 것이 평화입니다」

“나는 자비를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않는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았더라면, 너희가 죄 없는 사람들을 정죄하지 않았을 것이다.”(마 12:7)

독일 문학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슈테판 츠바이크는 마르틴 루터를 앞세운 나치의 폭력을 피해 망명을 떠나며 마지막 작품의 주인공으로 16세기 인본주의자 에라스무스를 선택했습니다. 에라스무스는 사제였고 신학자였고 유머를 멋지게 구사할 줄 아는 최고의 문인이요 지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시대는 멋진 유머와 재치 있는 낭만과 관용의 언어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광기와 광신과 폭력으로 얼룩진 시대의 혼돈 속에서 극단을 강요하는 모 든 선택을 포기함으로써 가톨릭과 개혁파 사이에서 평화와 자유와 휴머니즘을 지켜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더욱 바랐던 것은 제자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신발과 여행보따리를 버려두는 것은 물론입니다. 다만 칼을 준비하라 했는데, 이는 도적들과 살인자들에게 소용되는 칼이 아니라 영혼의 칼이라, 마음속 깊은 곳에 소중히 간직할 칼이라, 이로써 가슴 속에 자라나는 온갖 고통을 자르며 마음속에는 오로지 사랑만을 섬기게 할 칼이었습니다.

교회학자는 칼을 박해에 대한 자기방어로 해석하며, 여행보따리를 여행을 위한 충분한 비축으로 해석합니다. 포악한 자가 아니라 온유한 자라야 행복할지니 악행에 대항하지 말라 가르친 것과, 참새와 나리꽃을 따르라 한 것을 까맣게 잊고, 이제는 제자들이 칼 한 자루 없이 길을 나서는 것이 싫어 속옷이라도 팔아 칼을 구입하라 명합니다.” - 《우신예찬》, 1511

휴머니즘은 이념과 종교의 틀에 갇히지 않는 인류의 보편가치입니다. 휴머니즘이 사라지는 순간 모든 혁명은 잔인한 폭력이 되고, 모든 종교는 집단파멸 을 부르는 광기가 됩니다.

 

(2020 부활절맞이 묵상집/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