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함께 걷는 사순절 편지 (2)

함께 걷는 사순절 편지 (2)

- 고뇌하는 신앙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롬 7:24~25)

 

noname01.jpg
 
 

<고뇌>라는 단어는 사실 즐거운 단어는 아닙니다. 매사 늘 즐거운 마음이고 싶고 행복한 생각만 하고 싶은 게 우리 모두의 마음입니다. 그러나 믿음의 길에선 이 <고뇌>라는 말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불교에선 이 번뇌를 없애기 위해 수행생활을 하지만 오늘 편지에서 말씀드리는 그 <고뇌>는 좀 다른 차원의 얘기입니다.

바울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에 있어서 철저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나름대로 소아시아와 유럽지역에 교회들을 세우고 자신을 추종하는 제자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사도바울은 그것을 즐겁게 그리고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누릴 만한 위치에 있었지만 항상 자신을 성찰하는 가운데 깊은 <고뇌>가 생기곤 했습니다.

새번역본을 보면, <아, 나는 비참한 사람입니다> 로 이 말씀을 시작합니다. 정말로 바울이 비참한 사람입니까? 그러나 바울은 자신을 성찰해보니 여전히 비참한 형편에 있는 자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어쩌면 하나님은 그 바울의 비참함을 통해 일하셨는지도 모릅니다.

위 그림은 이반 크람스코이(Ivan Kramskoy)의 'Christ in the Desert, 1872'라는 성화입니다. 크람스코이는 러시아 이동파 사실주의 화가인데 사실적인 바위의 거친 묘사에서 예수의 앞으로 일생이, 그리고 그에 대비된 하늘의 모습에서 묘한 대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발 그리고 표정, 깍지 낀 손에서 느껴지는 간절한 기도에서 그 결연한 주님의 마음과 각오. 그리고 그분 자신을 향한 깊은 성찰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는 누구입니까? 자랑할 만한 사람입니까? 마냥 안심하고 즐거워해도 아주 무방한 사람입니까? 세상은 그렇게 자신을 대충 덮고 살도록 유혹하고 또 적당한 교만을 장려하기도 하지만 이 사순절은 그 껍데기를 벗겨내는 절기이기도 합니다. 그 깊은 고뇌의 성찰 끝에 만나는 자신을 통해 하나님이 일하십니다. 하나님은 그 결과로 드러난 사람과 일하시는 분입니다. 비록 모자람 투성이라도 그대로 받으시는 우리의 하나님이십니다.

바울이 그렇게 살았고 우리 주님이 그렇게 시작하셨습니다.

 

이 헌 목사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