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함께 걷는 사순절 편지 (5)

함께 걷는 사순절 편지(5)

-약할 때 강함 되시는

 

내가 수고를 넘치도록 하고 옥에 갇히기도 더 많이 하고 매도 수없이 맞고 여러 번 죽을 뻔하였으니 유대인들에게 사십에서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 세 번 태장으로 맞고 한 번 돌로 맞고 세 번 파선하고 일 주야를 깊은 바다에서 지냈으며 여러 번 여행하면서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의 위험을 당하고 또 수고하며 애쓰고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 이 외의 일은 고사하고 아직도 날마다 내 속에 눌리는 일이 있으니 곧 모든 교회를 위하여 염려하는 것이라 누가 약하면 내가 약하지 아니하며 누가 실족하게 되면 내가 애타지 아니하더냐 내가 부득불 자랑할진대 내가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 <고후 11:23-30>

 

 

철학자이자 로마 제국의 황제였던 아우렐리우스는 “시련이 길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세계 최고 권력자였던 그는 향락을 즐기던 리더가 아니라 최전선에서 매일 전투를 감행하던 야전 사령관이었습니다. 그는 목숨을 내건 전투를 마치고 막사로 돌아오면 몸을 씻은 뒤 홀로 앉아 그날의 일을 기록했습니다. 이 일기가 오늘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명상록>입니다. 그는 이 책을 이상하게 자신의 모국어인 라틴어로 기록하지 않고 당시 학자들의 언어인 그리스어로 기록을 했는데 그리스어로 기록된 이 책의 원래 제목은 ‘타 에이스 헤아우톤(Ta eis heauton)’입니다. 번역하면 ‘그 자신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들’이라고 합니다. <수련>中/ 배철현 지음

 

명상록은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 자신을 1인칭으로 보지 않고 3인칭으로 봅니다. 그렇게 자신을 타자화 함으로 자신에게 바라는 희망과 결심을 담은 글이지요.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이 원하는 어떤 이상적인 지향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해서든 살아내 보고자 힘을 썼던 철학자였습니다. 머리로만 고민하는 철학자가 아닌 몸으로 생각을 나타내보려 하는 매우 실천적인 철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명상록>에 사람이 당하는 시련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련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장애물은 인간의 행동을 유발합니다. 우리에게 방해가 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길이 됩니다.”

 

실천적인 철학자의 고백을 생각해 봅니다. “시련을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 “방해가 되는 것이 우리의 길이다”라는 말은 현재의 한국사회, 그리고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인해 온 나라가 Stop 되어 있는 시간 안에 갇혀 있는 우리가 충분히 곱씹어 볼 말입니다.

 

성경의 인물 중 <시련> 하면 바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늘 함께 말씀을 읽으며 바울의 삶의 여정의 일부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바울이 당한 것 중의 하나만이라도 내가 만났다면 나는 도중에 포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자신이 당한 시련의 뒤편에서 이렇게 마지막으로 고백합니다. <부득불 자랑할진대 내가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 약한 것이 왜 자랑이 됩니까? 그것은 그의 시련의 뒤편에서 항상 강함이 되시는 주님이 동행하고 계셨음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강하다 할 때 체험치 못한 것들. 그러나 스스로 그 약함을 인정하고 도우심을 구할 때, 단 한 번도 외면치 않으시고 우리에게 피할 길을 내신 주님을 만났던 사람의 자랑입니다.

 

이 사순절 우리도 바울과 같은 자랑을 한 번 해 봅시다.

 

이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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