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함께 걷는 사순절 편지(16)

[뱀 같이 지혜롭다는 것]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10:16)

 

두 마리 어린 물고기가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 곁을 지나가던 나이든 물고기가 “오늘 물이 어때?” 하고 묻자, 어린 물고기들이 서로에게 물었다. “물? 그게 뭐지?”

이 이야기에서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한 것, 흔한 것, 그래서 볼 수도 없고 언급하지도 않은 것들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찰나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공기와 물, 사랑과 배려와 같이 너무 흔하거나 추상적이어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수련/ 배철현 지음, 266p>

 

요즘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마음이 바로 이런 마음들입니다. 이전에 기억해 내지 못했던 것들 너무 흔해서 또한 너무 추상적이어서 우리의 감각 안에 인지하지 못하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를 말입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입으로 호흡한다는 것, 반가운 사람을 만나 기꺼운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 악수 한다는 것, 따듯한 밥 한 끼를 서로 나누어 먹는다는 것, 예배한다는 것, 마음껏 찬양한다는 것들이 너무 흔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우리들의 삶을 지탱해 주는 것들이었습니다.

경기도의 어느 교회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져 아주 시끄럽게 되었습니다. 언론은 교회에 대해서 교인에 대해서 융단폭격을 쏟아 붓듯 비난하고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책임을 추궁하는 그 심정들을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그리고 교회의 대처도 아주 미숙하고 어리석었습니다. 보통 그러한 치유(신유)사역을 중심으로 하는 사역과 사역자들의 공통된 태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상관없고 괜찮다!’

그러나 또 다른 마음도 있습니다. 치유사역을 중심으로 한 교회이다 보니 ‘현재 자신이나 가족들이 만난 육신의 질병에 대해서 얼마나 갈급하고 애통해 하는 성도들이 모여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혹시 만나지 않을 수도 있는 바이러스 보다는 당장 자신의 육신을 짓누르고 있는 중병들이 더 급했을는지 모릅니다. 세상은 이 영역을 알 리 없고 이해 할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말을 다 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더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뱀 같이 지혜로웠으면....

<뱀 같이 지혜로워라!!> 이 말씀의 앞뒤로 기록된 본문은 우리 주님이 열두 제자를 이 세상에 파송하시면서 누구에게, 그리고 어떤 환경 안에 파송될 것인가를 말씀하시며 했던 부탁이고 예언입니다. 복음을 전할 때 사역을 할 때 만나게 될 핍박과 문제들을 주님께서 말씀하시며 아주 이해하기 쉬운 한 마디를 하셨던 것입니다.

뱀 같이 지혜롭다는 것은 무엇일까? 저는 이것을 한 개인의 지성과 지혜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각과 생각이 모이고 기도와 기도가 모이고 마음과 마음이 모이는 교회의 지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 마디와 지체들이 함께 협력할 때 비로소 선을 이루게 되듯 우리의 지혜는 이렇게 <합하여진 지혜> <머리되는 그리스도의 명령을 듣는 지체들의 지혜> 가 아닐까 하는 마음입니다.

사순절의 때를 보내며 우리들의 가정 단위 안에서 뱀같이 지혜로움을 발견해 보며 또 이 교회 안에서 지혜롭게 됨을 발견하고 세우는 일들이 꿈틀대며 움텄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이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