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함께 걷는 사순절 편지(19)

[창조적 삶]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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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들에 따르자면 ‘창조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바라(bara)’ 라고 합니다. 즉 성서에 등장하는 첫 번째 동사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경전의 언어가 대게 그렇듯 이 ‘바라(bara)’ 라는 단어도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한 면으론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는 가장 경제적이고 단순한 모습으로 만들다” 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중의적 의미는 서로 대치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고 있는 측면이 큽니다. 즉 창조하다와 덜어낸다는 것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된 것인데 창조적인 삶이란 필요 없는 것을 매일 매일 걷어 내는 행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대 조각상 중에 “다윗상”이 있습니다. 인체를 가장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찬사가 있는 조각상이지요.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가 조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미켈란젤로에게 묻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조각상을 어떻게 조각할 수 있었는가?”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윗을 재현하기 위해 다윗의 몸에 붙어 있지 않을 것 같은 돌들을 쪼아냈다” 라고 말입니다. 

사순절은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앙의 결기를 다시 한 번 다져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방향은 맞는지, 또 잘 가고 있는지, 엉뚱한 것들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를 점검해 봅니다. 어쩌면 이러한 시간은 매우 창조적인 행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온전한 신앙>에 붙어 있지 않을 것 같은 것을 제거하는 일이라면 그것이 곧 ‘바라(bara)’ 창조하다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순절. 또 지독한 감염병의 폭풍 안에서 어쩌면 우리 삶 안에 덕지덕지 불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이 붙어 있는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면 이 시간도 유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창조는 없는 것을 있게 하신 창조이지만 이제 우리의 창조란 원래 하나님이 만드신 그 원형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삶과 신앙을 창조적으로 사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필요한 말을 줄여보고 불필요한 시간들을 줄여보고 불필요한 삶의 요소들을 한 조각 조각 덜어내는 일들이 있어 이 사순절 가장 아름다운 삶의 조각상을 한 번 재현해 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이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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