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함께 걷는 사순절 편지(21)

[하나님의 미소]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요일 4:19)

스위스의 신학자 한스 우르스 폰 빌타자르는 아주 은유적인 비유를 통해 이 성경구절을 설명했습니다. “여러 날 여러 주 동안 아이에게 미소를 지은 다음에야 어머니는 비로소 아기가 미소로 응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머니는 아이의 마음속에 사랑을 일깨우며, 아이는 사랑이 일깨워졌을 때 지식에도 일깨워 진다”

이 설명의 핵심은 우리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교만은 때때로 “내가 하나님을 사랑해준다” 라는 단계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것은 많은 가지치기를 해서 우리 신앙생활의 독소가 되기도 합니다.

아기가 방긋 웃는 것은 많은 미소와 사랑을 받고 보았기 때문이라는 한 신학자의 설명은 그런 면에서 참으로 탁월합니다. 내가 인지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야 말로 얼마나 유아적인 사고이겠습니까?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이미 내가 인지하기도 전에 아니, 전혀 그런 사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을 때에도 끊임없이 나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감춰진 역사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다시 새겨보는 사순절 기간입니다.

성육신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신 하나님이 은총이 바로 ‘그가 먼저 우릴 사랑하셨음이라’ 라는 말씀입니다.

먼저 우릴 향해 자비의 미소와 사랑으로 우리의 볼을 만지시고 우릴 안아주셨던 그 사랑이 비로소 오늘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게 된 근원적인 배경이 되었습니다. 진정 초월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의 완성입니다.

 

이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