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함께 걷는 사순절 편지(27)

[무너져 내린 <신화>]

망령되고 허탄한 신화를 버리고 경건에 이르도록 네 자신을 연단하라 육체의 연단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니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느니라(딤전 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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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신문을 읽다가 성도님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박노자 교수의 글이었습니다. 긴 글이지만, 간단하게 요약 하면 ‘신화’가 무너졌다는 요지입니다. 그중에서 한 가지가 ‘선진국’ 이라는 신화가 무너졌다는 겁니다. 유럽이나 미국에 대해서 우리는 은연중 <선진국>이라는 고착화된 규정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정책이나 사회구조에 대해서 ‘모범’이라는 생각을 했고 당연히 그 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바이러스 감염병 시대에 여실이 그 믿음이 무너졌고 사실 그 믿음의 근거들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들이 많았는가 하는 요지의 글이었습니다.

그렇지요. 마스크만 하더라도 우리는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야만 한다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즉 <시장경제>가 굳건하게 우릴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필요한 마스크를 사기 위해선 ‘줄’을 서야 하고 그것도 일주일에 한번씩 5부제로 줄을 서야 한다는 사실 앞에 우리가 놓여 있습니다. 그나마 이런 것은 아주 사정이 좋은 우리나라의 형편이고 아마 선진국인 유럽이나 미국에선 요원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저것 구체적인 내용을 떠나서 박노자 교수가 말한 <신화>라는 단어였습니다. 그렇구나.. 우리가 사실이라고 여겼던 것, 그리고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것, 불변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신화와 같은 것이었구나...”

많은 경우 사람의 믿음은 보이는 것에 기반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돈이 있으면 여행을 가고 비행기가 잘 운행되고 있으며 약국에 가면 늘 마스크가 걸려있고 학교문은 열려 있고 언제든지 외식을 하고 싶으면 나가서 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순간 (그것이 비록 불가항력적인 요소에 의해서지만) 이 모든 것들이 순간적으로 정지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2월 중순부터 급격하게 확산된 바이러스로 인해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우리의 실제가 되고 삶이 되는 일들을 현실로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확실하고 불변하는 줄 알았는데 어떻게 보니 그것은 매우 근거가 약한 <신화>화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재난 앞에서 그동안 우리가 믿어왔던 것들이 사실은 <신화>이고 우리가 <신화>처럼 여겼던 것들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닌가 합니다.

경건에 이르도록 하는 훈련들이 ‘종교적 신화’처럼 여겨졌고 그렇게 대했는데 그것이 사실은 이번 생과 그리고 내세에 참된 약속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믿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신화와 같은> 것들에 삶이 흔들리지 않고 오늘의 고난이 우리를 연단하고 있음에 그 안에서 경건에 이르도록 하는 믿음의 태도를 통해 <이번 생> 과 <내세>에 하나님의 약속이 있음을 믿고 그러한 마음으로 지금의 때를 지내야겠습니다.

 

이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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