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함께 걷는 봄 길 편지(22)

[감추어진 생활이 필요함]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 5:16-18)

 

종종 자연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바다 거북이들의 모습은 참 경이롭습니다. 모래 속의 알들이 부화를 해서, 갓 태어난 새끼 거북이들이 바다를 향해 질주하는 모습을 볼 때면, 호기심을 넘어 생명에 대한 경외함을 가지게 됩니다.

noname01123123.jpg

그러나 화면에는 나타나지 않은 새끼 거북이들의 출발은 참 고단하다고 합니다. 어미 거북이가 30센티미터 정도의 구덩이를 파 놓아 알을 낳은 후 약 2개월 정도가 지나면 알들이 깨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저절로 알이 깨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감지한 알속의 거북이가 임시치아인 ‘카벙클(carbuncle)’로 알의 내벽을 깨야 합니다. 또 단단한 알을 깨느라, 카벙클이 온통 부서지고 피가 난 새끼들을 마주하는 것은 30cm나 되는 단단한 모래입니다. 이 모래는 얼마나 단단하게 다져 있는지 웬만해서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새끼 거북이들이 이 견고한 모래성을 뚫고 나오는 데는 자그마치 3일에서 7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때 새끼 거북이이 몸무게는 알을 깨고 나왔을 때에 비해 약 30%정도 줄어 있다고 하네요.

견고한 모래를 뚫고 올라와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다 갈매기와 독수리 같은 포식자들입니다. 새끼 거북이들은 숨을 죽인 채 때를 기다렸다가 한밤중이 되어서야 운명의 질주를 합니다. ‘자석컴퍼스’라는 본능에 의해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향해 전력을 다한 질주를 합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바다에 도착한 그들은 48시간동안 미친 듯이 수영을 한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도달해야 할 자리를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지요.

바다거북이의 생후 1년간의 바다 생활을 관찰한 이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기간을 생물학자들은 ‘실종의 기간’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아마 미스터리한 이 1년의 시간동안 그들은 이제 온전히 살아남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비로소 1년이 지나야, ‘바다거북이’로서의 삶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때 바울이라는 인물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을 만나 자신의 삶을 단단하게 감싸 안고 있던 근엄한 ‘유대주의’와 ‘율법주의’를 깨뜨린 후, 그 갑자기 뜨거워진 마음을 가지고 바로 선교의 현장으로 달려가지 않습니다. 그는 갈라디아서 1:17의 편지에서 자신이 회심한 후에 "예루살렘으로 가지 아니하고 아라비아로 갔다"고 진술합니다. 그러나 아라비아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 행적이 알려지지 않은 이 3년의 시간은 많은 후대의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마치 바다거북이의 <실종의 시간>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바울의 알려지지 않은 3년의 시간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그가 다시 돌아와 본격적인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을 때, 그의 말, 행동, 그리고 품위. 그리고 그의 기도를 보면 그가 3년 동안 어떻게 그 시간들을 보냈는지를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열매는 감추어진 뿌리로부터 나옵니다. 감추어진 생활들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성경 말씀에 <항상> <범사> 라는 시간은 눈에 띄지 않는, 감추어진 사람의 시간을 말합니다. 항상, 범사에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사는가에 따라 앞으로 살아갈 우리들의 모습이 결정 될 것입니다.

갈지자의 삶인가 아니면 목표를 정확이 알고 사는 삶인가

 

이헌 목사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