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날줄과 씨줄로 엮는 여름편지(11)

[세 우물 교회]

주님께서는 임금님을 전쟁터로 내보내시면서, 저 못된 아말렉 사람들을 진멸하고, 그들을 진멸할 때까지 그들과 싸우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주님께 순종하지 아니하고, 약탈하는 데만 마음을 쏟으면서, 주님께서 보시는 앞에서 악한 일을 하셨습니까?" 사울이 사무엘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주님께 순종하였습니다. 주님께서 보내시는 대로 전쟁터로 나갔고, 아말렉 왕 아각도 잡아왔고, 아말렉 사람도 진멸하였습니다. 다만 우리 군인들이 전리품 가운데서 양 떼와 소 떼는 죽이지 않고 길갈로 끌어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예언자께서 섬기시는 주 하나님께 제물로 바치려고, 진멸할 짐승들 가운데서 가장 좋은 것으로 골라온 것입니다." 사무엘이 나무랐다. "주님께서 어느 것을 더 좋아하시겠습니까?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겠습니까? 아니면, 번제나 화목제를 드리는 것이겠습니까? 잘 들으십시오.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말씀을 따르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낫습니다.(삼상 15: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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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우물교회 모습>

 

 

바티칸시티의 베드로 대성당은 압도적인 규모와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교회입니다. 로마 외곽, 점술가들이 사는 언덕이라는 뜻의 ‘바티카누스’는 천민 지역으로서, 로마에 의해 순교한 초대교회 교인과 베드로 사도의 시신이 버려지거나 매장되었습니다. 베드로의 시신이 묻힌 그곳에 베드로 대성당과 바티칸시티가 세워졌지요. 베드로와 순교자들의 피 위에 세워진 베드로 대성당의 거대한 규모와 호화로움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엄청난 황금과 보석, 최고의 대리석으로 건축되었고, 당대 최고의 그림과 조각 작품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신앙인이 아닌 사람은 그곳에서 감동과 은혜를 얻기 어렵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엄청난 규모와 화려함에 넋을 잃고, 미켈란젤로가 그렸다는 천지창조와 위대한 조각상 피에타를 보려고 홍수처럼 떠밀려 다니기 때문입니다. 베드로의 위대한 신앙고백과 순교의 피가 아니라 주객이 전도되어 온갖 보석과 황금과 예술품이 주인이 되었습니다.

반면 바티칸시티에서 벗어나면 ‘세 우물 교회’라는 별명을 가진 <사도 바울 순교기념교회> 가 있습니다. 초라함은 베드로 대성당과 비교조차 안 된다고 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바울 순교기념교회는 시쳇말로 베드로 대성당의 화장실만도 못할 정도지요. 세 우물 교회는 사도 바울이 목 베임을 당할 때, 바울의 머리가 세 번 튀어 올랐고, 그 자리마다 우물이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세 우물 교회 안에는 사도 바울과 초대교인이 목 베임을 당할 때 사용되었던 대리석 돌기둥이 있습니다. 이 기둥에는 순교자들의 목을 내리칠 때 찍힌 도끼나 칼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물론 사도 바울이 천국에서 “왜 나의 기념성당은 베드로 사도에 비해 어찌 그리 초라하냐?”고 묻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어느 교회를 더 마음에 두고 계실까요?

사무엘이 사울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에게도 묻습니다. “주님께서 어느 것을 더 좋아하시겠습니까?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겠습니까? 아니면, 번제나 화목제를 드리는 것이겠습니까? 잘 들으십시오.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말씀을 따르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낫습니다”

십자가의 피가 흐르지 않는 교회, 부활의 소망이 노래되지 않는 신앙인이라면 아무리 그 겉 모양이 크고 좋아 보여도 그분의 마음 가운데 있지는 않을 듯 싶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에서도 주객이 전도 되지 않도록 정작 흘러야 할 것을 흐르게 하고 노래되어야 할 것을 노래하는 한 주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이 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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