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날줄과 씨줄로 엮는 여름편지(12)

[믿음의 나무를 심는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롬 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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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장마의 끝이 보입니다. 이 장마가 끝나면 모든 나무들도 한 뼘 더 자라있겠지요. 우리 안에 심겨진 믿음의 나무도 한 뼘 더 훌쩍 자라있을 줄로 믿습니다.

정신과 및 신경과 의학박사인 티머시 제닝스가 쓴 “뇌, 하나님 설계의 비밀”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밴스 밴더스라는 사람이 야심한 밤에 앨러배마의 작은 묘지에서 현지 주술사와 다투다가 결투를 벌이게 되었습니다. 주술사는 액체가 든 병을 밴더스의 얼굴 앞에 쳐들어 고약한 냄새를 풍겼습니다. 그러면서 밴더스가 곧 죽을 것이며 아무도 그를 살려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밴더스는 자리에 누워 시름시름 앓았습니다. 그러다 몇 주 후에 삐쩍 말라 곧 죽게 된 모습으로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의사들도 원인을 찾거나 병세를 호전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밴더스의 아내가 의사에게 그 주술에 대해 말해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의사는 밤새 곰곰이 생각하다가 밴더스의 가족을 병실에 불러놓고 말했습니다. 전날 밤 자신이 주술사를 다시 묘지로 유인해 나무에 대고 목을 졸랐더니 결국 그가 저주의 비밀을 실토했다고 말입니다. 주술사가 밴더스의 복부에 도마뱀 알을 문지르는 순간 그의 몸속에 부화했는데, 그중 한 마리가 여태 남아 밴더스를 속에서부터 야금야금 먹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의사는 미리 대기시켜 둔 간호사를 불렀습니다. 간호사가 들고 온 큰 주사기 안에는 고성능 구토제가 들어 있었습니다. 의사는 격식을 잔뜩 차려가며 주사기를 꼼꼼히 검사한 뒤 밴더스의 팔뚝에 주사했습니다. 몇 분 안에 밴더스는 입을 틀어막으며 마구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 의사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결정적 실물을 꺼내 놓았습니다. 검은 봉지에 숨겨 두었던 초록색 도마뱀이었습니다. 그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밴더스씨, 몸속에서 뭐가 나왔는지 보십시오. 이제 주술이 풀렸습니다.”

밴더스는 이제야 알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뒤쪽으로 풀썩 쓰러져 곤히 잠이 들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깨어났을 때는 정신도 말짱하고 식욕도 왕성했습니다. 그는 빠른 속도로 기력을 회복해 일주일 만에 퇴원했습니다.

부정적인 확신과 믿음도 이러한 결과를 가지고 오는데, 반대로 긍정적인 믿음 더 나아가 하나님을 생각하며 말씀 가운데 역사하셨던 하나님께서 오늘날 동일하게 나에게 역사하실 것이라는 믿음은 더 큰 결과들을 만나게 되지 않겠습니까?

오래전 우리 안에 심겨진 믿음의 나무를 잘 가꾸어 나갑시다. 모진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 믿음의 나무. 우릴 넉넉히 이기게 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거룩한 장소.

 

믿음에 관하여

임영석(시인)

 

나무를 보니 나도 확실한 믿음이 있어야겠다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둥이 있어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다가 가야겠다

그러려면 먼저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땅에

내 마음의 나무 한 그루 심어야겠다

눈과 비, 천둥과 번개를 말씀으로 삼아

내 마음이 너덜너덜 닳고 헤질 때까지

받아 적고 받아 적어 어떠한 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침묵의 기도문 하나 허공에 세워야겠다

남들이 부질없다고 다 버린 똥, 오줌

향기롭게 달게 받아먹고 삼킬 수 있는 나무,

무엇을 소원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나무,

누구에게나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

그런 나무의 믿음을 가져야겠다

하늘 아래 살면서 외롭고 고독할 때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고 싶을 때

못 들은 척 두 귀를 막고 눈감아 주는 나무처럼

나도 내 몸에 그런 믿음을 가득 새겨야겠다

 

 

이 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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