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날줄과 씨줄로 엮는 여름편지(16)

[우리에게 ‘하루’ 란?]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 두고 기뻐하며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사느니라<마태복음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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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숨겨진 밭의 보물>, 1630년

 

 

하루 확진자 수가 어제(27일)로 400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뉴스를 통해 듣게 되듯이 이번 주안에 이 숫자가 서서히 줄어들지 않으면 참 어려운 단계를 만날 듯 합니다. 그런 단계로 더 진전되지 않도록 기도합니다. 성도님들도 힘든 가운데 잘 버텨 내시고 우리 학생들도 이 환경을 잘 이겨낼 수 있기를 저의 자리에서 성심을 다해 간구할 뿐입니다. 우리도 서로를 위해 중보하며 사랑의 진지(陣地)를 잘 세워 나가야겠습니다.

신학 공부를 할 때 제일 어려웠던 과목이 ‘언어’ 과목이었습니다. 신학 영어, 그리고 독일어 과목이 있었는데 이 과목은 알파벳으로 이뤄진 것이라 익숙할 수 있었지만 ‘헬라어’와 ‘히브리어’는 알파벳이 아닌 전혀 다른 문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아마 미문한 실력 탓이겠지요. 지금도 가끔은 신약성서 정도는 헬라어로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저 중요한 단어 정도만 찾아보는 것으로 만족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 성경 구절의 헬라어 본문은 이렇습니다. 물론 주님은 당시의 보통의 유대인들이 사용하던 “아람어”를 사용하셔서 말씀을 하셨겠지만요.

 

Ὁμοία ἐστὶν ἡ βασιλεία τῶν οὐρανῶν θησαυρῷ κεκρυμμένῳ ἐν τῷ ἀγρῷ,

“천국은 밭에 은닉된 보화와 같다.

ὃν εὑρὼν ἄνθρωπος ἔκρυψεν,

그것을 발견한 사람은 다시 감춘다.

καὶ ἀπὸ τῆς χαρᾶς αὐτοῦ ὑπάγει

그리고 그것 때문에 기뻐, 그는 가서

καὶ πωλεῖ ὅσα ἔχει καὶ ἀγοράζει τὸν ἀγρὸν ἐκεῖνον.

자신이 가진 것을 팔아 그 밭을 구입한다.

 

헬라어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나라(하나님의 왕국) 라는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핵심적이고 귀중한 복음과 믿음의 가치를 제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하셨는지를 보고자 합니다.

예수님은 천국을 밭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종말과 천국 그리고 메시아를 기다리던 유대인들은 메시아가 열어 놓으실 그 찬란한 왕국, 즉 천국을 당시의 예루살렘 성전에서 상상하고 찾아보려 했습니다. 당연히 땅의 성전도 이렇게 화려하고 특별한데 <천국>은 아마 이 성전보다 더 화려하고 특별한 장소에서 떠올려야 한다고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천국을 땀 흘려 노동을 하고 늘 일상적으로 만나는 ‘밭’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천국의 보편성’ 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즐겨 부르는 찬송가 가사처럼 “그 어디나 하늘나라...”와 일맥을 같이 하는 것이지요.

오늘 내가 살아가는 자리, 우리 집,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교회 그 어떤 보편적인 자리에서 우리가 오늘도 마주하는 이 하루 안에서 천국을 찾아 볼 수 있다는 주님의 가르침을 잘 새겨 들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천국이 감추어져 있다고 하십니다. 술래잡기를 기억하시지요? 술래가 된 사람은 숨은 사람을 찾아내야 그 게임은 끝이 납니다. 천국이 은닉되었다니 우리에겐 내 눈에 저절로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술래가 숨은 아이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듯 우리의 <믿음의 능동적 행위>들이 동반되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신앙은 저절로 커가는 것이 아니라, ‘찾는 수고’가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감추인 것을 찾는다는 것은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어떤 환경과 장소. 그리고 사람과 만남 그리고 그 일상을 ‘무심하게’ 지나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보물이 감추어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대감과 정성 그리고 거룩함으로 우리의 보편성을 마주하는 태도가 바로 은닉된 것을 “찾는 이”의 태도가 될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부지중에 손님을 대접함으로 하나님을 뵌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무심하게 지나갈 수 있는 이 하루, 그리고 그 안에 감추어진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자리와 사람들 그 순간 순간들이 다 하나님의 거룩한 성소(聖所)이고 천국이 감추어진 것들일 수 있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며 보내는 이 하루가 그냥 <하루>가 아니었네요. 평범하게 보이지만 또는 얼마든지 무심히 지나 갈 수 있지만 그 안에 감추어진 보물을 잘 발견해 내시는 은총을 빕니다.

 

이 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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