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던지고 다시 잡고" (길 위에 쓴 편지 7)

[던지고 다시 잡고]

모세가 대답하여 이르되 그러나 그들이 나를 믿지 아니하며 내 말을 듣지 아니하고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네게 나타나지 아니하셨다 하리이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그가 이르되 지팡이니이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그것을 땅에 던지라 하시매 곧 땅에 던지니 그것이 뱀이 된지라 모세가 뱀 앞에서 피하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네 손을 내밀어 그 꼬리를 잡으라 그가 손을 내밀어 그것을 잡으니 그의 손에서 지팡이가 된지라 (출애굽기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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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인물 중에 모세 하면 그를 떠오르게 하는 분명한 한 가지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팡이”입니다. 모세의 이야기를 그린 성화나 그림에서 이 모세와 지팡이는 한 몸과 같이 등장을 합니다. 그것은 모세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갈 때 이 지팡이는 하나님의 언어를 말하는 통로였기 때문입니다.

양과 염소를 치는 모세에게 지팡이는 생계를 위한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양들을 관리하는 도구일 뿐 아니라 양들을 공격하는 들짐승들을 방어하는 도구였을 겁니다. 또한 들에서 밤을 새우는 사람에게 마음의 위안이 되는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타지 않는 떨기나무 앞에서 하나님의 위대한 신탁을 받습니다.

“나의 백성을 해방하라!”

왕궁을 떠나 이미 40년이 지난 그에게 이 신탁(神託)은 너무나 가혹하게 들렸습니다. 이미 육신은 노쇠했고 더 이상 자신에겐 먹고 사는 일 이외에 어떤 ‘의욕’이나 ‘책임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타오르는 떨기나무 안에서 만난 하나님과의 신비로운 만남 후 그는 이 신탁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그동안 자신을 지켜왔던 그 지팡이와 같은 어떤 약속의 상징을 하나님께 요청을 합니다.

“내가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았다는 것을 어떻게 그들에게 증명할 수 있습니까?”

그 때 하나님은 모세에게 그동안 너를 지켜왔던 지팡이를 던져 보아라 말씀 합니다. 말씀대로 던지자 뱀이 되고, 다시 그 뱀을 잡자 지팡이가 됩니다.

지팡이를 던질 수 있는 마음. 이것은 우리들의 삶 속에 내가 결포 포기 할 수 없는 것들 또는 아마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했던 것들을 내려놓는 마음일 수 있습니다. 단 한 번도 내 손과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않았던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을 내려놓을 때 그것은 어쩌면 다시 손에 잡고 싶지 않는 것일 수도 있음을 하나님은 보라 하시는 것이지요.

뱀을 다시 잡을 수 있는 마음. 이것은 “그 일은 나와 일생 상관없는 일 일거야” “그것은 내 일이 아니야” “그것은 내가 좋아하지 않아” 하는 것을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해서 담대한 마음으로 잡을 때 그것이 바로 내 삶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지팡이)가 될 수 있음을 하나님이 보게 하시려는 것이지요.

신탁을 받아 바로왕이라는 세상의 절대 힘을 마주할 때 필요한 것은 바로왕과 같은 대등한 힘이 아니라, 이렇게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통찰과 지혜 그리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마음이 <바로왕의 힘>을 넘어설 수 있음을 모세에 알려 주셨고 그 하나님의 언어를 담고 있는 것이 그 작은 <목동의 지팡이> 였습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지팡이’ 하나씩은 손에 쥐고 있습니다. 그 지팡이 같은 것들이 이 거친 세상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지켜 준다고 생각들을 하고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의 손에 들린 지팡이는 이렇게 던져지고, 다시 잡은 지팡이면 좋겠습니다.

결코 떠나보낼 수 없는 것은 없으며, 또한 절대로 나는 하지 않을 거야 하는 것도 없는 그 과정을 통과한 하나님이 선택해 주신 지팡이들을 손에 들고 있을 때, 그 지팡이는 하나님의 약속이 되고 하나님의 증명서가 되고, 능력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 초라한 목동의 지팡이가 나중에 거대한 홍해 바다를 그리고 거칠고 단단한 바위를 칠 때 일어난 일들이 먼 꿈과 같은 일들이 아니라, 거친 광야를 순례하는 오늘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손에 들려진 지팡이의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순례의 여장(旅裝)이 갑자기 단단해 지고 가벼워지네요.

 

이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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