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풍경 안에서 만난 하나님(5)_ 길 위에 쓴 편지(10)

길 위에 쓴 편지(8)

_풍경 안에서 만난 하나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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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9월 30일 양화대교 촬영

세월을 낚는 강태공이 문득 커다란 보리 숭어를 낚았습니다. 먹을 거냐는 물음에 먹지는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내심 다시 풀어 주었으면 했지만 숨을 헐떡이는 숭어를 들고 총총히 걸어갔습니다.

문득 베드로에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될 것이다”라는 주님의 음성이 떠올랐습니다. 왜 우리가 사람을 낚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이 가을에 더 선명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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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0월 2일 김포 근처 촬영

10월 들어 쌀쌀해진 바람과는 대조되게 화사한 소국(小菊)이 길가에 지천입니다. 뜨거운 바람에는 피지 않는 국화는 그래서 더 향기가 짙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낚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길가의 소국(小菊)을 보며 먼저 ‘향기 나는 사람’의 길을 묵상하게 됩니다.

 

가을의 기도

              이효녕(시인, 1943-)

 

이 가을에는 더 사랑하게 하소서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흘러간 세월

푸른 하늘로 흐르는 하얀 구름 떠서

깨끗한 마음이 되게 하얗게 물들여 주소서

 

노랗게 단장했던 은행잎 떨어지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길이게 해주시고

살 섞듯 흔들리다 떨어지는 낙엽이라면

먼 나라 동화 속의 정다운 이야기처럼

추억의 이름을 모두 넉넉하게 새겨

열정의 사랑으로 아름답게 물들여 주소서

 

이 가을에는 더 사랑하게 하소서

아직 다 채우지 못한 빈 그림자 보이면

용서하는 마음으로 사랑 채워 주시고

넓은 마당 한 귀퉁이 국화꽃이 피면

사랑의 향기로 물든 그리움이게 하소서

 

잔잔한 가슴 골짜기에 푸른 강변의 갈대

외로움으로 흔들리면 고독한 영혼 보듬어

사랑을 부르는 손짓이게 하소서

 

상처 입어 기다림의 나무가 된 사랑이라면

참된 아픔도 마음 속 밀어로 만들어

별로 타오르는 기도소리로 남겨주고

마음속에 슬픔이 넘치면 귀뚜라미로 울어

사랑의 고뇌를 흩어놓는 종소리이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연인들에게

더 사랑하는 가을이게 하소서

 

_이 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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