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가장 흔한 그러나 가장 소중한" (길 위에 쓴 편지 13)

[가장 흔한 그러나 가장 소중한]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시 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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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늦은 장미 꽃(10.12)

 

‘트리비얼’(trivial) 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 뜻은 사소하다, 하찮은 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원래 이 단어의 뿌리는 그렇게 하찮은 의미가 아닙니다. 서구 사회에선, 중세 때부터 사람이 꼭 가지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교양을 ‘트리비아’(trivia)라는 라틴어 용어로 표현하였다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사람이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말하자면 <상식적인> 것이 되니 그 의미가 사소한, 하찮은 이라는 의미로 변하게 되었지요.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시며 누구도 소유 못하게 하신 것들이 있습니다. 산(山)도 사유지가 되고, 땅도 개인이 소유하게 되었지만 공기(空氣)와 물과 불 그리고 햇빛은 그 누구도 개인이 소유권을 독점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그만큼 이런 것들은 인간의 생명과 삶에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기와 물 햇빛과 불은 너무나 필요한 것들이어서, 꼭 있어야 하는 것들이어서 그런지 우리의 시간 속에서 사소한 것들이 되어 버렸습니다.

꼭 있어야 하는 것들이어서 우리의 시간 속에 항상 있다 보니, 어느새 사소하고 하찮게 여기게 된 것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늘 드리던 예배, 늘 만나던 사람들, 그리고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교회, 전화기만 들면 들을 수 있었던 목소리, 벨만 누르면 열리던 문, 차를 몰고 나가면 갈 수 있었던 여행, 슬리퍼를 신고 늘 갈 수 있었던 맛집들. 현대의 ‘트리비얼’(trivial) 이었던 것들...

지금은 그러한 것들이 우리 인생에 꼭 필요한 것들이었고 꼭 필요하기 때문에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진정 소중한 것들은 항상 우리에게 있기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뿐임을...”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삶이 진화하고 인생이 아름답기 위해선 바로 이렇게 가장 소중하며 필요한 것들이 나와 늘 함께 있는 것들임을 아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숨 한 번 크게 들이마시며 단 몇 분이라도 이 바람이 없다면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각인하며 하루의 길을 나서는 사람의 얼굴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이 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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