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나눔


함께 걷는 사순절 편지(17)

[‘우연이 아니라 계획’]

 

복되어라. 악을 꾸미는 자리에 가지 아니하고 죄인들의 길을 거닐지 아니하며 조소하는 자들과 어울리지 아니하고, 야훼께서 주신 법을 낙으로 삼아 밤낮으로 그 법을 되새기는 사람.(시편 1:1-2)

 

<짙은 안개 속에 있는 것 같다> 는 표현이 실감이 나는 시절입니다. 특히 개학을 두 주나 뒤로 미뤄진 상태에 있는 학생들의 마음일 겁니다. 학교 가는 것은 고사하고 친구들과의 만남 깔깔 거리며 서로 뒤엉켜 뛰놀아야 할 아이들이 ‘고립’의 상태를 강요받고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는 것은 어른들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와 다를 것이라 생각됩니다. 돌보는 부모님도 힘이 들겠지만, 서로 잘 보듬어주는 마음이 더 필요할 때입니다.

이럴 때 일수록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근접하기 위해 정교하게 계획하고 실행하는 어떤 <자기 법칙>을 가질 때 이 안개와 같은 환경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고대 스토아 철학자들은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빙빙 도는 상태를 그리스어로 ‘오이에시스(oiesis)’ 라고 말했습니다. 후에 이 단어는 ‘거짓 개념’ ‘망상’으로 번역 됩니다.

즉 삶에 계획이 없고 목표가 없을 때 우리는 망상에 빠지게 되고 어떤 거짓 개념들을 도입하기 시작합니다. 생각이 종횡무진 앞뒤 없이 휘저어 다니는 것이지요. 생각이 우리들의 실존을 압도하고 빼앗아 간다면 결국 ‘공상’ ‘망상’ ‘헛된 생각’ 안에 살게 됩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삶의 목표를 세우고 한발 한발 나가기 위해 자기 실천을 갖는 것이야말로 이 안개와 같은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행복이란 단어의 영어 말이 ‘해피니스(happyness)’ 인데, 이것은 ‘우연’을 뜻하는 ‘해프닝(happenning)’ 과 어근이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행복이란 단어를 생각해보면, 행복은 아주 치밀하고 계획된 결과가 아니라 대단히 우연한 ‘예상치 못하게 등장한 무엇’ 일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우연하게 다가오는 것을 기다려야 만나는 것이 행복이라면 누가 이 삶속에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행복한 삶이란, 그래서 요행과 운명에 자신의 인생을 던져 놓는 삶의 모습이 아니라, 목표를 세우고 비록 오늘 고단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계획을 가지고 천천히 내딛는 것 속에 서 발견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사야서에 말씀을 보시면 그런 삶을 굶주릴 것이라고 하나님이 말씀하십니다.

나의 거룩한 산은 알은체도 않으면서 행운의 신에게는 제사상을 차려 올렸고 운명의 여신에게는 제주를 부어 바쳤다. 그런즉, 주 야훼께서 말씀하신다. "나의 종들은 먹겠으나 너희는 굶주리리라(이사야 65:11.13)

행복하기 위해 그 우연을 기다리고 운명을 기다렸는데 오히려 굶주릴 것이라는 말씀은 우리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말씀입니다. 참된 복된 삶은 우연이 아니라 오늘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시간을 잘 계획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딛는 발걸음으로 시작됩니다. 시편 기자가 노래한 복 있는 사람을 저는 이렇게 마음속에 새겼습니다.

“복 있다고 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는 바로 우연을 조장하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날마다 날마다 계획 있게 묵상하고 목표를 가지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아니겠습니까? 비록 오늘 고단할 지라도.... ”

안개와 같은 시간 속에 사는 신앙의 벗님들!

오늘 우리들의 마음을 가리 우고 있는 것이 ‘안개’ 임을 기억하시면 좋겠어요. 안개는 아침 햇살과 더불어 사라질 것임을...

 

이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