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나눔


함께 걷는 사순절 편지(20)

[일상의 은총]

예수께서 나아와 말씀하여 이르시되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28:18-20)

설교자들 사이에 알려진 오래된 농담이 있습니다. 아마 듣거나 글을 보신 분도 있을 겁니다.

 

한 마을에 홍수가 나기 직전이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하나님이 이 재앙에서 자신을 구해 줄 것이라고 믿는 독실한 그리스도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도우러 오실 것을 확신했습니다. 물이 무릎까지 차오르고 이웃들이 노 젓는 배를 타고 마을을 빠져 나갈 때, 카누에 탄 친구들이 지나가며 “어서 타! 널 구하러 왔어” 라고 얘기했지만 그는 “아냐, 하나님이 구해 주실 거야” 라고 대답을 하고 보트에 타지 않았습니다.

수위는 계속 오르고 창문 사이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당황은 되었지만 여전히 하나님이 자신을 구하실 것이라 믿는 그가 물이 차오르는 거실을 가로질러 가는데 모터보트가 빠른 속도로 다가왔습니다. “어서 타세요!” 그러나 그는 “걱정 마세요, 하나님이 구해 주실 거예요” 라고 말했습니다. 배에 탄 사람이 계속 종용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남자는 물을 피해 지붕위로 대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방은 어두워지고 물은 처마 밑까지 차올랐습니다. 마을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지붕위의 그는 추위에 정신이 혼미해져갔습니다.

그 때, 멀리서 헬기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굉음은 가까이 왔고 헬기에서 구조 바구니가 내려왔습니다. 헬기의 큰 스피커에선 “어서 타세요, 저희가 선생님을 구하러 왔습니다” 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역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구해주실 것입니다.” 구조요원은 설득하려 애를 썼지만 지붕위의 그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이 엉뚱하기도 한 얘기의 끝은 비극적입니다. 결국 그는 물이 차올라 죽게 됩니다. 천국에 있게 된 이 남자는 정중하게 하나님께 묻습니다. “하나님이 저를 구해 주실 것이라고 저는 철썩 같이 믿었습니다. 도대체 하나님은 어디에 계셨습니까?” 이야기의 결말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 내가 카누, 보트, 그리고 헬기까지 보냈는데 더 이상 어떻게 너를 도와준단 말이냐?”

오래된 농담이긴 하지만 역시 곱씹어 보아도 이 엉뚱한 얘기가 주는 교훈은 묵직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일상에서 함께 하시겠다는 약속을 하셨는데 우리는 아주 특별한 예와 경우 안에서만 하나님을 찾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를 묻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종 ‘하나님이 부재하시다’ 라고 말하곤 합니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라고 말씀하셨는데 말입니다.

주님이 승천하신 후 우리에게 보혜사 성령님을 주셨는데 그 성령님은 일상적인 은총의 수단인 말씀과 예배 그리고 성례전을 통해서 만나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령과 진정으로> 사는 일상적인 태도를 요청하는 것이지요. 오늘도 우리에게 수많은 일상의 도구와 환경 안에서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는 은총이 있기를 바랍니다.

 

이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