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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도 가야할 길" (사순절 묵상 자료1)

"혼자라도 가야할 길"

그분은 해를 하늘 높이 뜨게 하셔서, 어둠 속과 죽음의 그늘 아래서 사는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게 하시고, 우리의 발을 평화의 길로 인도하실 것이다.(눅 1:79)


아는 것과 믿는 것은 다른 듯합니다. 우리는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공격과 비난으로 평화를 얻을 수 없음을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빛의 힘보다 어둠의 힘을 두려워합니다. 공격과 비난 앞에서 평화를 말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먼저 절망합니다.

예수님께서 깊은 고뇌 속에 받아든 고난의 잔은 평화의 길을 여는 성배입니 다. 새로운 길은 언제나 막다른 길목에서 열립니다. 빛은 언제나 어둠 속에서 제 힘을 드러내고, 평화는 언제나 고통 한가운데서 그 이름이 소환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방법으로 하늘의 뜻을 드러 내시기 때문입니다. 다만 인간이 제 욕심에 눈이 어두워 외면하거나 알기를 거부하고 다른 허상을 좇아 헤맬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걸으신 평화의 길은 고난의 신을 신지 않고 걸을 수 없는 길입니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죽음의 신음소리에 둘러싸여도 제 혼자라도 내디뎌야 하는 고독한 길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함께 걸어야 할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 그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그분과 함께.

 

(2020 부활절 맞이 묵상집/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