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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자료(11)

「경쟁, 독점에서 상생, 공유로」

 

“‘내가 살 집을 넓게 지어야지. 누각도 크게 만들어야지’ 하면서 집에 창문을 만들어 달고, 백향목 판자로 그 집을 단장하고, 붉은 색을 칠한다. 네가 남보다 백향목을 더 많이 써서, 집짓기를 경쟁하므로, 네가 더 좋은 왕이 될 수 있겠느냐? 네 아버지가 먹고 마시지 않았느냐? 법과 정의를 실천하지 않았느냐? 그 때에 그가 형통하였다. 그는 가난한 사람과 억압받는 사람의 사정을 헤아려서 처리해 주면서, 잘 살지 않았느냐? 바로 이것이 나를 아는 것이 아니겠느냐? 나 주의 말이다.”(렘 22:14~16)

 

‘경쟁’에 쓰이는 한자어 ‘競’은 두 사람이 다투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앞 글자가 옆에 있는 글자의 다리를 거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무한한 경쟁이 인간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환상이 깨져 이제는 공동체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말과 달리 현실은 여전히 무한경쟁의 시스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다리를 거는 자와 거기에 걸려 넘어지는 자만이 존재하는 세상은 그야말로 비극입니다.

독일의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경쟁은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교육에 반하는 원리라고 말했습니다. ‘상생’의 ‘相’에 본래 ‘자세히 보다’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음을 기억한다면, ‘경쟁’에서 ‘상생’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환점에서 우리는 지금 서로를 자세히, 찬찬히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개인과 사회의 회심과 결단이 필요합니다. 경쟁의 대상에서 상생의 친구로, 밟고 밟히는 관계에서 존중과 공유의 관계로. 광장의 외침과 우리 일상의 실천이 다르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2020 부활절맞이 묵상집/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