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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자료(21)

「악마와 성경」

그래서 악마는 예수를 예루살렘으로 이끌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그에게 말하였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여기에서 뛰어내려 보아라. 성경에 기록하기를 ‘하나님이 너를 위하여 자기 천사들에게 명해서, 너를 지키게 하실 것이다’ 하였고 또한 ‘그들이 손으로 너를 떠받쳐서, 너의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할 것이다’하였다.”(눅 4:9-11)

서양 공포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신부나 목사가 악마에게 성경을 들이대며 물리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문자 그대로 ‘거룩한 경전’인 성경(聖經)의 능력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대중적 믿음을 반영합니다. 하지만 정작 성경에는 악마가 성경을 자유롭게, 자의적으로 활용하는 이야 기도 있습니다. 유명한 예수님의 ‘광야 시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돌로 빵을 만들어보라는 악마의 첫 번째 유혹을 예수님이 “성경에 기록하기를 ‘사람은 빵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다’ 하였다.”(눅 4:4)면서 성경 말씀을 들어 물리치시자 영악한 악마는 자기도 똑같이 “성경에 기록하기를”이라는 단서를 붙여 예수님을 다시 유혹합니다. 악마도 성경을 읽고 자신의 악한 목적을 위해 성경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성경을 손에 들고 있다고 해서, 성경 말씀을 줄줄 외운다고 해서, 성경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고 해서, 모두 성인(聖人)이나 천사인 것은 아닙니다. 성경을 들고 말하는 이가 어떤 존재인지, 그 의도와 목적이 무엇인지 우리가 깨어 분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020 부활절맞이 묵상집/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