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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자료(22)

「진실의 힘」

 

그의 안에서 생겨난 것은 생명이었으니, 그 생명은 모든 사람의 빛이었다.(요 1:4)

 

“진실이 신발을 신는 동안 거짓은 지구 반 바퀴를 돈다.” 어느 책에서 우연히 본 구절인데, 거짓의 파급력을 이보다 잘 표현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어떤 진실은 하루만에도 얼굴을 드러내지만 어떤 진실은 제 모습을 드러내는 데 천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사라지고 없는 시대의 진실은 어디에서 보상 받아야 하나 억울해질 때가 있습니다. 주인 잃은 진실이, 때늦은 지각진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력감도 아닌 좌절감도 아닌 그렇다고 자괴감도 아닌 그 무엇이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실로 어마어마한 것입니다. 진실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세상을 바꾸어 놓을 만큼 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한마디 거짓말에 쉽게 덮이기도 할 만큼 가진 힘이 일천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천년 만에 돌아온 진실은 어떻게 그 길을 찾은 것일까. 이는 그 진실을 위해 천년을 싸운 사람들이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천년 진실의 힘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거짓은 갈수록 힘을 잃지만 진실은 갈수록 빛을 발합니다. 회색 구름이 짙게 깔려도 온 천하를 비추는 햇빛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이름이 그리스도인이기를 빌어 봅니다.

 

(2020 부활절맞이 묵상집/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