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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자료(30)

「억울한 죽음, 그리고 위선」

서로 한 마음이 되고, 교만한 마음을 품지 말고, 비천한 사람들과 함께 사귀고, 스스로 지혜가 있는 체하지 마십시오.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이 보기에 선한 일을 하려고 애쓰십시오. 여러분 쪽에서 할 수 있는 대로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하게 지내십시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은 스스로 원수를 갚지 말고, 그 일은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십시오. 성경에도 기록되기를 “‘원수 갚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니, 내가 갚겠다’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하였습니다.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그가 목말라 하거든 마실 것을 주어라. 그렇게 하는 것은, 네가 그의 머리 위에다가, 숯불을 쌓는 것이 될 것이다” 하였습니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십시오.(롬 12:16-21)

 

6년 전 그날.

저는 믿을 수 없는 아이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절규했습니다.

선으로 악을 이기는 것이 악에 눈 감는 것이라 착각한 저를 저주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평화는 상처받는 자들을 소외시킨 평화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둘러싸온 온갖 편견과

개교회주의라는 단단한 벽을 부숴 버렸습니다.

 

부숴 버린 벽 뒤에는 이제까지 보지 못한,

아니 보지 않으려 했던 이 땅의 아픈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주님을 눈물 흘리게 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스스로를 종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그래서 소망도 없이 살아가고 있을 때,

주님은 너희는 종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라고 선포하셨습니다.

주님이 천하보다 귀하게 여긴 생명들이

종이 아닌 하나님의 자녀로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그들의 몸부림이 절규와 증오로 끝나지 않고

이 땅과 평화할 수 있게 하는 일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일임을 고백합니다.

주님의 교회와 교인들이 대립을 부추기는 자리에 가기보다

이 땅의 억울한 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이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함께 하게 하옵소서.

 

6년 전 그날.

아이의 억울한 죽음 뒤에 수많은 악이 있었음을 보았습니다.

그 거대한 악을 보며 기성세대, 정치인, 경제인, 언론인, 학자, 교육자, 교회와 그리스도인, 시민운동가 등 이 사회 모든 구성원의 회개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모두 지혜 있는 체만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낮은 자의 절규 가운데서 함께 절규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모두 겸손해지게 하옵소서.

하나님의 심판을 기다리되

하나님의 선과 공의를 함께 이루어 나가게 하옵소서.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되어진 것들로 인해 차별받지 않게 하시고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고통 받고 죽임 당하는 자들을 보며

주님의 대속을 기억하게 하옵소서.

 

창조 전 혼돈이 여전히 있듯

하나님의 창조도 여전히 진행 중임을 믿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에 저희 모두가 동참하여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을 만들도록,

주님이 오셨고 고난 받으셨고 죽으셨고 부활하셨음을 믿습니다.

주님 닮아가는 사순절 하루하루가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단원고 예은이 엄마 | 박은희

 

 

(2020 부활절맞이 묵상집/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