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그대 폭풍 속을 걷고 있을 때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새벽기도회를 가기 위해 교회로 가는 풍경은 혹독한 겨울 풍경이었지만 또 아름답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물은 두 가지 양면이 공존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교회까지 걷는 새벽길. 마침 칼바람이 불어 눈 폭풍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겨울다우니 얼굴은 차가웠지만 마음은 따듯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제 발자국만 눈 위에 밟혀 있었습니다. 외롭지만 처음 이 길을 소유한 마음. 역시 양면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잠시 교회 십자가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이 새벽, 누군가에게 저 십자가의 불빛이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눈발이 가로질러 내리는 가운데 그 십자가가 서 있었는데 늘 우리 교회에서 부르는 찬양이 생각났습니다.
“그대 폭풍 속을 걷고 있을 때”
어쩌면 우린 모두 폭풍 속을 걷고 있는 사람들인지 모르겠습니다. 삶이 평화롭다 생각될 때 또 여지없이 예상치 못하는
방향에서 우리의 평안을 뒤 엎어 놓는 일들을 우리는 자주 마주합니다. 그것이 내가 만들어 놓은 것이든 타자에 의해서
만들어 진 것이든. 우리 삶은 어쩌면 폭풍 속을 걷는 것이 숙명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누군가는 그 폭풍 속에서 갈 바를 알지 못해 주저앉아 있을 수 있고 어떤 이들은 다시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신앙인>이라는 것은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폭풍’의 한 가운데를 통과 하고 있더라도 이 폭풍의 끝,
이 환경이 만들어 내는 놀라운 신비를 소망하며 사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합니다.
대림절을 앞둔 이 날, 주님의 태어나심은 영광스러웠지만 폭풍의 한 가운데 있으셨습니다.
죽음의 위협을 피해 강보에 싸여 피난길을 떠나신 그 길은 어쩌면 오늘 이 눈보라와 같은 폭풍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러나 그 폭풍의 끝, 주님은 이 세상에 <만왕의 왕>으로 서게 되셨습니다.
그 놀라운 신비를 주님이 먼저 보여 주신 것이지요.
새벽기도 가는 길. 눈에 들어온 눈보라 속의 십자가는 우리가 이 세상의 폭풍의 한 가운데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안내해 주시는 주님의 손과 같았습니다.
그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평온한 마음을 가지라고...
<평온한 마음> -박노해
자기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폭풍 속을 걸어가는 자의 마음은
늘 평온을 간직하게 되리라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기 위해
이웃의 가난과 고통을 외면하는 자의 마음은
늘 폭풍우를 간직하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