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사순절 편지-2 <너의 하늘을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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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1일 경, 오전에 문자 하나가 도착알림을 울렸습니다.
"띵~"

 

    내용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목사님, 기도해 주세요. 화재로 모두 탔습니다."

 

    오래 전부터 우리 교회가 여러 모로 사용했던 강화에서 십자가를 만드시는 권사님의 문자였습니다. 그리고 그 문자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어떤 시인은 “고통 중에서도 가장 큰 고통은 이유를 알지 못하는 고통이다” 라고 말했는데, 강화의 그 권사님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모두 타서 재가 되기 얼마 전 새 가족을 위한 십자가를 제작해서 택배로 받았고, 또 그 얼마 전에 지금 꾸며진 사순절 강단 장식을 위해 창고에서 이것저것 우리 교회에서 선물로 내어 주기도 했습니다. 전화를 걸어 왜 화재가 났는지를 물었는데, 그 원인을 듣고 나니 “참 그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더 깊어졌습니다.

 

    이유를 알지 못하는 고통...

 

    지금 우리는 사순절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습니다. ‘잔인한 4월’이라는 싯구와 같이 오늘 우리가 마주한 현실과 상황은 이 싯구에 고개를 끄덕일만하기도 합니다. 남녘에서 목회하는 후배의 작은 농촌교회도 모두 타 버렸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옛말에 ‘불난 자리는 있어도 물 난 자리는 없다’는 말이 있어 불난리보다 물난리가 더 무섭다는 말로 쓰였지만 이번 산불화재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이 편지가 도착할 즈음엔 어떤 식으로든지 결론이 나있겠지만 오랜 시간 정치적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여러 성도님들의 사업과 경영도 무척이나 고단하다는 소식도 지난 겨울에 가득했습니다. 모두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의 한 곁가지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순절이 더 귀하게 다가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를 알지 못해 더 고통스러워 할 때, 그 고통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신 주님을 바라 볼 수 있는 절기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고통엔 분명한 이유가 있으셨지만, 이유가 있으신 주님도 괴로워하셨음을 보면서 그 이유를 알든, 그 이유를 알지 못하든 마주한 고통을 가로지르는 본을 주님으로부터 배우고 묵상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해주십시오."

 

    마지막 밤 주님의 이 기도는 고통은 이유를 알든 이유를 알지 못하든 모든 존재에게 견디기 힘든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이 고통의 벽 저 너머로 건너가기 위한 길을 찾아야 합니다. 주님은 그 길을 이렇게 발견하셨습니다.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해주십시오."

 

    결국 그 고통의 이유가 알 수 있든, 혹은 알지 못하든 내 앞에 바짝 다가온 고통을 넘어서는 길은 전능자 아버지의 뜻에 온전하게 맡기는 것으로 주님은 그 길을 삼으셨습니다. 그래서 사순절은 전능자이신 하나님께서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통증을 그분도 함께 느끼며 우리의 고통을 주님도 함께 공감하시며 우리의 “귀를 핥으시며” 더 성숙한 존재로 우리를 이끄시는 하나님을 확인하는 절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순절, 가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같은 분도 또한 우리를 하늘처럼 보고 계심을 서로 확인할 때, 무시(無時)로 우리에게 불쑥 다가온 삶의 고통을 그 이유를 알 수 있든, 또 이유를 알지 못하든 십자가에서 넉넉히 이기신 주님과 함께 우리도 그 넉넉히 이기는 기쁨을 꼭 만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꽃망울 가득 한 이 봄, 그 망울 넘어 열려진 하늘을 종종 올려다보시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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