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 여름편지> 생명의 빛 받아


한 낮 기온이 39도가 예보가 되어있는 오늘이 아마 올 해 중 가장 더운 날이 될 것 같습니다. 무더위, 잘 견뎌들 내고 계신지요.
이 무더위에 제겐 좀 고통스러운 소식이 하나 전해 졌습니다. 김포에서 강화를 가다 보면, 통진읍에 들어가기 전 왼편으로 <샘솟는교회>가 보이는데, 교회 담임목사님이 수요일 이른 아침 교통사고로 소천 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제 나이 36세의 목사님이셨습니다. 목사 안수를 받을 때 제가 안수보좌를 하기도 했던 목사님인데 참 가슴 아픈 소식이었습니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형이 목회를 하고 있는 일산으로 넘어가는 길에 일어난 사고라고 하더군요.
돌아가신 목사님 아버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은퇴를 하신 아버지 목사님은 아들목사가 새벽기도회 영상을 보내 주어서, 함께 새벽기도회를 드렸다는데.. 그리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이 사고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자신은 도무지 장례식장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제게 이런 저런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생의 수레바퀴에서 우리 사람이 견뎌내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고통의 양은 얼마정도인가? 하나님은 얼마정도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허락하셨는가?
때론, 우리도 이런 비통한 일들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쩌면 견뎌내기 어려운 가슴 아픈 일들로 불면의 밤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묻습니다. “하나님, 내게 왜 이런 아픔을 주셨는지요...”
어제 그리고 오늘 새벽 기도회에 시편 55편과 56편의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시인이 만난 환경이 참으로 비통한 환경이었습니다. 원수의 소리와 압제에 괴로웠고 죽음의 공포가 엄습했으며 도무지 견딜 수 없는 환경에서 시인은 탄식하며 절규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하나님, 이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둘기 날개를 주세요”
그리고 오늘 시편에서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 내가 통곡하며 울 수 밖에 없습니다”
라고 기도합니다. 이 때 시인이 한 가지 마음의 응답을 받는데..
“나의 유리함을 주께서 계수하셨사오니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이것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나이까”(시편56:8)
내가 홀로 이 광야와 같은 곳에 떠돈다는 느낌이 있을 때, 주님은 내 발걸음의 갯수를 세고 계시며 또한 내 흘린 눈물을 당신의 손에 받으신다는, 그런 응답이 시인에게 있어 그는 이렇게 이 노래를 마무리 합니다.
“내 발이 넘어질까 붙드시어 생명의 빛 받아 하느님 앞을 거닐게 하셨기 때문이옵니다.”
“생명의 빛 받아 ”
오늘 따가운 이 햇살이 비단 고통스러운 햇살이 아니라, <생명의 빛>으로 바꾸시고 나를 붙드시는 하나님을 묵상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견뎌내기 어렵고, 때론 사람의 한계 안에서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있겠지만. 그러나 내 눈물을 받으시고, 내 걸음의 숫자를 세고 계시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니. 우리는 잘 견뎌내고 이겨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이 일찍 남편과 아빠 목사를 떠나보낸 가족들에게도 함께 하길 잠시 기도합니다.

교회 오는 길 경비실 옆에 널려 있는 고추를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가을”이 생각이 났습니다. 마침 오늘이 절기상으론 입추(立秋)네요. 39도가 넘나드는 더위에 선조들은 어떻게 ‘가을’을 생각해 냈을까요? 아마 오늘의 고통에 머물거나 묶이지 말고, 그 너머를 보라는 지혜를 말한 것이 아닐까요?
무더위 가운데 어느덧 입추立秋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온다
- 박노해
마주한 오늘을 살지만 또한 영원의 시간을 바라보는 것이 “신앙”이듯이. 오늘 이 하루를 살아가시며 우리를 <생명의 빛>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는 복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이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