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함께 걷는 봄 길 편지(11)

[소금인형]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태복음 16:24)

 

그러네요. 거의 40일 만에 교회의 새벽 문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어스름 풋 한 새벽녘 길가를 비추던 현관의 불빛이 다시 들어와 거리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고요한 예배당. 기도의 발걸음들이 예배당의 문을 여는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조용하게 다가온 기도의 일상. 아직은 쌀쌀한 새벽의 바람이 조용한 새벽의 묵상과 기도로 더 깊게 들어가게 합니다. 익숙한 각자의 자리들에 앉아 희미한 강단의 십자가를 향해 고요히 머리를 숙인 거룩한 성도들의 기도가 이 시대 교회의 사명과 그리스도인의 길 그리고 우리들의 믿음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저의 머릿속을 맴돌던 많은 단어들 “온라인. 유튜브. 영상. 바이러스. 마스크. 소독. 확진자. 개학. 집단. 불경기. 어려움. 부흥. 교제. 어린이부. 건강. 병원. 성경공부. 어린이 주일. 어버이 주일. 심방. 설교 준비 등등....” 머릿속의 허공을 어지럽게 맴돌던 단어들도 새벽녘 기도의 무릎 아래에 모두 가라앉았습니다.

믿음의 길은 머리로 걷는 길이 아니라 몸으로 걷는 길. 예수님을 따르는 길은 눈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십자가를 지는 일’로 가는 길. ‘구원을 이루는’ 길은 받은 구원을 나누는 것에 있는 일이라고. 언제나 말씀하셨던 주님이 이 새벽에 다시 잔잔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언제쯤 이러한 주님의 부탁하심에 “주님, 당신의 말씀대로 내가 녹아버렸습니다. 내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오직 당신의 영광만이 보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모두가 돌아간 텅 빈 새벽 예배당에서 아직도 가야 할 길 먼 순례자의 마음으로 주섬주섬 마음 보따리 챙기고 일어섭니다.

 

소금인형

               - 류시화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이런 시인(詩人)의 노래와 같이 4월의 마지막 남은 나날들이 나의 존재의 작은 일부라도 누구를 위해 녹아들길 바라며 갓 오른 아침 햇빛 등지고 나섭니다.

 

이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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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길 편지’는 학생들이 <등교 개학>을 할 때 까지만 띄우도록 하겠습니다.
  • 4월 27일부터 새벽기도회가 시작되므로 ‘봄길 편지’는 앞으로 ‘월, 금’ 이렇게 한주에 두 번 찾아가겠습니다.
  • ‘정오기도회’를 기억하여 함께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