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함께 걷는 봄 길 편지(17)

[내가 붙들고 있었던 세상]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안에 있지 아니하니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요한일서 2:15-16>

어떤 젊은이가 세상을 떠나 하나님께 전적으로 헌신하기 위해서 수도원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등지고 온 세상에 대한 미련을 아무리 떨쳐 버리려 해도 그 세상이 자신을 잡고 놓아주지 않아 밤을 지새우며 살았습니다. 이 문제를 가지고 그는 수도원의 스승을 찾아갔습니다. “원장님, 제가 세상을 떠나 전적으로 하나님께 헌신하고자 이곳에 왔지만 세상이 저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수도원 원장은 가만히 그를 데리고 수도원 뒤뜰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아름드리나무가 여러 그루 서 있었습니다. 원장은 그 가운데 한 나무 앞으로 가 그 나무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이 나무가 나를 붙들고서는 놓아주지를 않네. 나를 좀 도와주게. 이 나무에서 나를 좀 떼어주기를 바라네.” 멍 하니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다시 원장은 소리쳤습니다. “아니, 무엇을 하고 있나? 얼른 나를 이 나무로부터 떼어 주라니까!”

그는 마지못해서 원장을 그 나무에서 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원장은 나무를 꼭 붙들고 힘을 썼습니다. 급기야 그는 원장에게 말했다. “원장님, 그 손을 놓으세요! 나무가 지금 원장님을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니고, 원장님이 나무를 붙들고 있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때야 수도원 원장은 손을 풀며 말했습니다. “이보시오. 당신의 상태는 세상이 당신을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세상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것 아니오? 하나님을 신뢰하며 당신이 붙들고 있는 세상을 이제 놓아버리십시오.”

성경 말씀을 보면 ‘세상 안에 살지 말아라’ 가 아니라 ‘사랑하지 말아라’ 입니다. 하나님 보다 세상을 더 사랑하는 한 세상은 우리를 놓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 안에서 부대끼며 하나님께서 만드신 풍경을 보지 못하며 살겠지요.

주일 낮에 말씀을 나눈 바와 같이 <고아와 같이 우릴 버려두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세상을 꼭 붙들고 있었던 손을 펴서 다시 하나님을 붙드는 손이 되어야겠습니다.

한 주간, 세상도 지나가고 육신의 정욕도 자 지나갈 터인데 하나님을 붙들어 영원한 시간 안에 머무는 한 주의 시간들이 되길 소망합니다.

 

이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