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함께 걷는 봄 길 편지(마지막)

[참 좋은 사람들]

 

이른 여름이 되었습니다. 30도를 웃도는 6월의 날씨가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하지(夏至)를 곧 맞이할 모든 생명들에게 영글어 열매 맺는 삶의 과정이 얼마나 숭고한지를 또 견뎌내야 하는지를 알게 하는 창조 세상의 언어이리라 생각합니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라는 입 소문난 드라마가 있습니다. 그 드라마의 PD가 드라마 종영 후 이런 인터뷰를 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드라마를 사랑해 주는 것은 바로 그 드라마 안에 있는 ‘참 좋은 사람들의 관계’ 에 대한 환타지이다” 즉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보며 나도 저렇게 좋은 사람들 중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갈망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믿음 생활은 관계의 생활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그 하나님의 마음을 품은 사람들과의 관계이지요. 그리고 그 관계를 통해 얻은 힘과 능력을 가지고 이 세상과 지혜로운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얼마나 그 상대방을 얼마나 잘 아는 가에 따라 더 깊어지고 풍성해 지기도 합니다. 하나님을 아는 만큼 그리고 사람을 아는 만큼 말입니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의 일원이 되는 것이 ‘환타지’가 아니라 믿음 생활에선 곧 실제가 됩니다.

사순절을 시작하며 매일 성도님들을 찾아간 “사순절 편지” 그리고 부활절기를 시작하며 보내기 시작한 “봄길 편지” 의 시간이 꽤 쌓였습니다. 이 소박한 편지 글들도 이런 좋은 관계를 위한 소통의 통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성도님들에게도 그런 통로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여름이 되어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된 <봄길 편지>를 마무리 합니다. 한 주 정도 쉰 후 더 풍성한 ‘좋은 사람들의 관계’를 위한 다른 이름을 가지고 그리고 좀 다른 ‘포맷’으로 성도님들을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보는 일이다”라고 말하는 시인이 시인에게 주는 충고를 <봄길 편지>의 마지막으로 띄웁니다. 그래서 이 감염병의 시대를 참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힘들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걸어가는 <시인>들이 되어 함께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하여

인내를 가지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 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아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