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날줄과 씨줄로 엮는 여름편지(14)

[사과드립니다]

“나 주가 말한다. 내가 유다의 교만과 예루살렘의 큰 교만을 이렇게 썩게 하겠다. 이 악한 백성은 나의 말 듣는 것을 거부하고, 자기들의 마음에서 나오는 고집대로 살아가고, 다른 신들을 쫓아가서 그것들을 섬기며 경배하므로, 이제 이 백성은 전혀 쓸모가 없는 이 띠와 같이 되고 말 것이다. 띠가 사람의 허리에 동여지듯이, 내가 이스라엘의 온 백성과 유다의 온 백성을 나에게 단단히 동여매어서, 그들이 내 백성이 되게 하고, 내 이름을 빛내게 하고, 나를 찬양하게 하고, 나에게 영광을 돌릴 수 있게 하였으나, 그들은 듣지 않았다. 나 주의 말이다.”(예레미야 13:9-11)

 

20대 후반, 갓 전도사가 되어 부임한 산골의 교회에서 처음 받은 사례비가 10만원. 그래도 주님의 일을 한다는 그 <명예>로 돈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골교회 사택, 안과 밖의 온도차가 너무 심해 아이의 얼굴이 얼고 풀리기를 반복해 고름딱지가 앉았을 때, 그래도 주님의 일을 하는 그 <명예> 로 감사하며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농촌에서, 그리고 김포 생명나무교회에서 때론 깊은 탄식의 일들이 다가와 얼굴을 감쌌을 때, 그래도 주님의 일을 하는 그 <명예>로 버텨왔고 감사의 찬양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명예 지켜 가며 사는 것이 ‘힘’이고 ‘기쁨’이었습니다.

요즘, 성도님들에게 참으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성도님들도 여러 가지 환경과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자녀로 <명예> 지켜 가며 사는 것이 ‘힘’이고 그것이 ‘기쁨’이셨을 텐데...그 하나님의 자녀 된 명예가 성도님들의 삶의 기둥이 되었을 텐데...

그 명예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이 명예를 잘 지켜 내지 못한 한국교회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 성도님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깊은 성찰과 기도의 시간을 가지며 성령님의 인도하시는 방향을 잘 보고 깨닫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하신 말씀처럼 이 과정이 우리들의 교만과 고집스러움을 썩게 하시는 것이라면 우리가 잘 받아들여야겠습니다. 썩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을 보게 하시고 깨닫게 하신 후에 <그들이 내 백성이 되게 하고, 내 이름을 빛내게 하고, 나를 찬양하게 하고, 나에게 영광을 돌릴 수 있게> 하려고 계획하신 그 본래의 자리들을 우리가 만날 수 있도록 긍휼하신 하나님이 꼭 이뤄주시길 간절히 바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이 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