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모두 자기의 길이 있다" (길 위에 쓴 편지 3)

[모두 자기의 길이 있다]

그러므로 주 안에서 갇힌 내가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가 부르심을 받은 일에 합당하게 행하여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고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엡 4:1-3)

noname011231231.bmp

_깊은 협곡을 흐르는 한탄강(9월 촬영)

 

 

정확한 연도는 기억하기 어렵지만, 강원도에 내린 큰 비로 인해 많은 피해가 난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특히 평창 영월지역에서 산사태나 물로 인한 피해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중에 새로 지은 펜션들의 피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후, 화천에서 일생(一生)을 장애인들과 함께 살면서 농사를 지으며 스스로는 ‘촌놈목사’라 하며 <시골교회>를 섬겼던 ‘임낙경 목사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몇 해 전 우리 교회에도 오셔서 건강 강의도 해 주시고 좋은 말씀도 나눠주셨던 분이시지요.

임목사님이 강원도 물 피해에 대해 이런 말을 하시더라구요. “원래 물은 자기 길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펜션을 지으며 그 본래의 물길을 돌리고 막고 쌓은 축대위에 집을 지었다. 작은 물길은 돌리고 막을 수 있었겠지만 큰물이 자기 길을 가려고 하니 그 물을 막을 수 없었다. 어쩌면 사람에겐 피해지만 자연의 관점으로 보면 원래 있었던 자기 물길을 갔던 것뿐이다....” 라고 말입니다.

당시에 정말 새로 지은 좋은 펜션들은 이런 저런 피해를 입었지만, 그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살던 농가들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물이 지나가는 길을 알고 이를 피해 집을 지었던 이유겠지요.

물은 물의 길이 있고 바람은 바람의 길이 있듯이 사람도 사람의 길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과 뜻대로 지음 받은 우리는 각자 우리가 걸어야 할 고유의 길이 있습니다. 이것을 성경에선 부르심(Calling) 이라고도 하고 또 소명(召命)이라고도 말합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고 그 부르심에 합당한 소명이 있습니다. 이것을 저는 우리가 걸어야 할 ‘길’ 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타인을 향한 부러움을 가지고 사는 것은 양면의 결과가 있습니다. 한 면으로 그 부러움으로 인해 시기심과 질투 등의 마음의 역기능이 작동할 수 있고 또 한 면으론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반성하며 그 부러움의 위치까지 도달하려는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후자의 경우 보다는 전자의 역기능적인 결과들을 훨씬 더 많이 맺게 되는 것을 봅니다.

어떤 잣대로는 우리가 부족해 보이고 타인이 부러워하지 않는 삶의 자리처럼 보이지만 부르심이 있는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관점으로 내 삶을 바라보면 우리는 ‘나’ 만이 걸어야 할 길, 즉 소명(召命)이 있고 직임(職任)이 있고 위치가 있는 사람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세상도 어느 누구도 이 세상에 보편적으로 말하는 “부러워하는 위치” 만으로는 구성되거나 존재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판.검사’ 만으로 세상이 구성될 수 없고 부러워하는 재벌만으로 세상이 이뤄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자기의 길(부르심과 소명)이 있고 그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스스로 기뻐할 때 아름다운 조화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철원 한탄강 변에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개신교 최초의 수도원인 <대한 수도원>이 있습니다. 그 처음부터 나라와 구국을 위해 기도로 헌신한 수도원이지요.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모일 수 없지만 모든 시설이용과 식사가 무료인 수도원입니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그 깊은 강원도 산골에서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수도원의 길>을 묵묵히 버텨내고 갈 수 있었던 것은 수도원 주변을 그 수도원보다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흘렀던 한탄강 물줄기를 보며 배웠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너희가 부르심을 받은 일에 합당하게 행하여

 

모두 자기의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르심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도달할 수 없는 구름 같은 부러움을 가지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나만이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합당하게 발견하는 영적인 수도 가 필요한 때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오늘의 삶의 자리를 발견하며 미래의 움직임을 기도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 우리 생명나무 신앙공동체의 모습이어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길을 방해하는 것들을 거절하고 우리로 하여금 ‘영적인 사유(思惟)’를 희석시키는 것들에 대해 명징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적용하기 위해선 오늘 성경말씀은 <힘써 지키는> 결심에 대해 우리 모두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이 헌 목사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