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풍경 안에서 만난 하나님(7)_ 길 위에 쓴 편지(14)

길 위에 쓴 편지(14)

_풍경 안에서 만난 하나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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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쾌청한 하늘 빛 아래 어느 지방의 작은 면단위 마을을 걷고 있었습니다. 허리가 아주 굽은 두 할머니께서 작대기도 떨어진 낙엽을 뒤적거리며 무언가를 열심히 줍고 계셨습니다. 제가 다가가 물었습니다.

“어르신 무얼 그렇게 줍고 계세요?”

“어, 씨앗”

“무슨 씨앗인데요.”“보면 몰러? 동백나무 씨앗이지”

사실, 할머니의 말씀은 심한 사투리가 섞여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대충 이런 대화였습니다.

“씨앗을 주워 뭐 하시게요?”

“기름 짜려고...”

“아니 이렇게 주어서 얼마큼 기름을 짤려고요?”

“작은되로 두 세 되박이면 물통으로 하나 나와!”

적어도 500ml의 기름이 그렇게 작은 양으로도 나온다니 속으론 좀 놀랬습니다.

“먹어도 좋고 얼굴에 발라도 좋고 다 좋아...”

아주 오래전 누군가 심어놓은 꽤 큰 동백나무들. 그 나무 그늘 아래 할머니들이 완연한 가을 볕 아래 앉아 누군가 오래 전 심어놓은 나무의 씨앗들을 주우며 깊어가는 가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동백기름을 얻기 위해서 라기 보다는 나무의 시간과 역사를 줍고 계신 듯싶었죠. 황량한 들판에 누군가가 동백씨를 뿌렸고 그는 존재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씨앗이 자라 맺은 나무의 꽃과 열매들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고전3:6)

바울은 심고 물은 준 사람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하나님만이 중요하다 말했지만, 이는 바울의 겸손일 뿐, 어찌 하나님께서 심고 물 주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시겠습니까? 하나님은 심는 사람도 찾으시고 물 주는 사람도 찾으심을 믿습니다.

오늘, 나는 무엇을 심고 있습니까?

 

이 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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