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다시, 사순절 편지( 1)

<눈을 들어 그 산>

 

십자가의 길에서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오랜만에 편지글을 씁니다. 극성스러운 오미크론으로 만남과 관계가 뜸해져 편지 글로라도 소통이 열렸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이런 짧은 우화가 있습니다.

어떤 집에 도둑이 들어 물건을 모두 훔쳐 갔습니다. 지난밤, 모든 것을 도둑맞았다는 소식에 이웃들이 몰려와 한마디씩 거들었지요.

“집주인이 튼튼한 잠금장치를 설치했더라면 도둑이 들지 못했을 텐데”

“그 집은 방범창도 없어”

“원래 집주인이 잠이 너무 많아. 잠들면 업어가도 몰라”

이렇게 이웃들이 한마디씩 거드는 말을 듣고 있던 주인이 큰 소리로 말 했습니다.

 

“그러면 도둑은 잘못이 없단 말인가요?”

 

사람이 ‘강도 만난’ 사람의 마음을 만져주는 것 보다 어떤 일에 대해서 평가와 판단이 먼저 늘 앞서기 쉬움을 말하는 우화라 할 수 있습니다. <거리두기>라는 새롭게 등장한 단어에 익숙해져가면서 혹시 이런 우화에 등장하는 이웃들을 닮아 갈까봐 마음이 좀 뒤숭숭 하기도 합니다.

 

어디서 보았는지는 가물하지만, “성경을 읽으려고 촛불을 훔쳐서는 안 된다” 말이 기억납니다. 목적과 수단에 대한 균형을 잃지 말자는 말이겠지요. 강도만난 이웃을 스쳐 지나간 성경의 인물들이 두 명이고 이웃을 돌본 사람이 한 명 것은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치는 것” 이 확률적으로 더 많을 수 있다는 말도 될 것 같습니다.

 

<사순절>은 하나님께서 강도만난 우리들을 위한 창조주의 놀라운 섭리를 만날 수 있는 시간들입니다. 비록 실수도 많고 허물도 많지만 그를 개의치 않으시고 완벽한 ‘사랑의 계획표’를 가지시고 일하셨던,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일하실 하나님을 엿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치밀하고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의 계획표를 보면서 우리의 삶속에서도 이런 계획표를 어설프게라도 그려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 마침 이런 ‘사랑의 계획표’를 그려보기 좋은 현실인 듯 싶습니다. 나 자신의 바쁜 인생의 걸음에만 주목하지 말고 잠시 멈추어 여기 저기 쓰러져 넘어진 사람들을 향해 1분의 침묵기도를 올리는 것도 이 ‘사랑의 계획표’에 합당한 일이 되겠지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려고 하는데 세상 일로 가득한 무거운 머리를 드는 일이 어렵긴 하지만, 어렵다고 땅만 보고 살 수는 없습니다. 다시 힘을 내어 “눈을 들어 그 산”을 봅시다.

 

이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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