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나눔
[사순절 묵상] 2024년 3월 5일 화요일
사순 15. 3월 5일 화요일
<영원에 잇닿는 하루>
오늘의 말씀_시편 84편
주의 궁정에서의 한 날이 다른 곳에서의 천 날보다 나은즉 악인의 장막에 사는 것보다
내 하나님의 성전 문지기로 있는 것이 좋사오니
시편 84:10
믿음의 여정은 사모함과 그리움에서 비롯되어 지복(至福)으로 맺습니다. 갈급함으로 시작하여 가득한 은총으로, 가난한 영혼으로 시작 되어 그분의 임재를 오롯이 누리는 감격으로 맺습니다.
시편 84편은 신앙의 걸음걸이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시인은 주님의 장막을 떠올리며 그리워합니다. 주님의 임재로 충만한 곳, 주님의 영광으로 가득한 성전을 기억하며 그 풍성함을 노래하노라면 자기 영혼이 지금 얼마나 가난한지를 절감합니다. 성전 뜰을 거닐며 누렸던 은총이 생생한데 지금은 쇠약한 처지가 됐습니다. 자신만이 가난한 영혼이며 자신 외에는 모두가 풍성한 것처럼 느껴지니 슬픔에 젖습니다. 모두가 구원받았는데 '저만 이 세상에서 구원받기 위해 남겨진 유일한 사람' 갑노라고 슬피 기도하는 영혼과 같습니다. 생전 주위를 꼬무락거리며 들고나는 미물조차 부럽습니다. 성전에서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노래하는 레위인들, 성전에 머무는 제사장은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하나님의 임재에 온통 감싸인 영혼의 기쁨과 환호는 시인의 영혼을 부추깁니다. 영혼을 주께 더 가까이 가도록 돕는 부추김입니다.
시인은 순례의 길을 나섭니다. 자발적이기도 하지만 성전의 아름다움과 기쁨이 그를 끌어냈습니다. 자기 집을 떠나 주님의 집으로,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하나님께서 인도하는 순례의 길에 서게 했습니다. 목적지인 주님의 집에 도착해야만 기쁜 것이 아닙니다. 집을 나선 순간부터, 아니 주님의 집에 가려고 서원한 순간부터 시인은 하나님의 임재 안에 머물기에 감사와 기쁨이 가득합니다. 여정 중에 설사 눈물골짜기를 지나도, 체험하는 것은 '하나님의 선한 인도하심‘이며 주님의 집에 이르러 얻을 감격과 은총을 미리 맛보는 것입니다 .
이 여정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집과 침대를 떠날 때 시작됩니다.
20km를 운전해서 오든, 몇 블록 걸어오든 이미 성례적 행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교회를 이루러 가는 길, 보다 정확히는 하나님의 교회로 변모되는 길에 올랐습니다.
그들은 다 개인, 흑인 혹은 백인, 부자 혹은 가난한 사람입니다.
예배는 자연적인 사람들이 모여 종교적인 차원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 의 시작이신 분을
지금 여기 모시는 것입니다
<알렉산더 슈메만, 예배>
주님의 집이 순례자의 영혼을 변화시킵니다. 사모하던 마음이 주의 전에 엎드리니 지난 모든 기억이 감격이 됩니다. 주님의 집 뜰을 거닐며, 그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시간과 주님 집에 머무는 시간이 얼마나 다른지 절감합니다. 세상에서 살수록 자신의 영혼이 가난해지고 초라해 짐을 맛보았다면, 주의 집에서는 그분의 임재 안에 머물며 넉넉해집니다. 이곳과 저곳의 시간은 전혀 다른 질감입니다. 주님 집에서의 한날이 세상에서의 모든 날보다 낫습니다. 이제 그는 이 '한날'이 영원에 잇닿아 있음을 맛봅니다. 이 한날의 은총으로 세상의 천 날을 견디며, 이 한 날 덧입은 사랑이 세상의 모든 판단과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힘임을 체 험합니다. 악인의 장막에서 보내는 천날이라도 주님의 성전 문턱에 앉아 하나님의 임재에 젖어 드는 하루와 도무지 비교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그리움에서 출발했던 시인의 노래가 찬양으로 옮겨졌습니다. 믿음의 하루가 우리의 영혼을 온전히 새롭게 합니다.
<기도>
주님, 주님의 몸된 교회를 찾아 예배할 때 이 시인의 마음으로 기도하게 하시고 이 시편의 고백으로 찬양하게 해주십시오. 그저 지나는 하루하루가 아니라 주님 앞의 하루가 제 일주일을 감싸고 있으며, 주의 전에서 누린 은총으로 제 일상이 채워지길 원합니다. 사모함과 그리움으로 기도할 수 있도록 도우소서. 아멘.
『사순절묵상집_곁에 머물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