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나눔
[사순절 묵상] 2024년 3월 7일 목요일
사순 17. 3월 7일 목요일
<바뀐 하나님, 바뀔 사람>
오늘의 말씀_창세기 9:8-17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나와 너희와 및 너희와 함께 하는 모든 생물 사이에
대대로 영원히 세우는 언약의 증거는 이것이니라
창세기 9:12
하나님께서 창조한 세계가 인간의 죄악으로 가득해졌을 때 하나님은 사람 지음을 후회하며 모두를 홍수로 멸하기로 작정했습니다. 다만 노아는 의로웠고 하나님과 동행했기에, 하나님의 은혜를 입고 방주를 지어 구원받았습니다. 홍수는 심판인 동시에 하나님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제2의 창조라 해도 무방합니다. 홍수 후에 하나님은 노아에게 '다시는 이 땅을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언약을 하셨습니다.
이 언약의 말씀을, '물 대신 불의 심판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하나님의 뜻을 오역하거나 왜곡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홍수를 통해 인간의 선과 악을 판단하고 가차 없이 되갚는 심판자임을 보이셨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다른 방식을 택하겠다고 결심하고 있습니다. 본문에는 하나님께서 거듭 다짐하는 장면(8:21, 9:11,15,16)이 나옵니다. 이 다짐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거듭되는 악에도 불구하고 심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인간과 세상을 향한 당신의 뜻을 이루겠다는 약속으로 새겨야 합니다.
다짐과 약속은 무지개로 나타났습니다. 하나님의 결심은 단단해 보입니다. 궁금한 것은, 물의 심판은 포기했는데 이제 무엇으로 세상을 다스릴지는 말씀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악함이 쉬 바뀌지 않을 것을 아십니다(8:21). 그럼에도 그분은 다그치고 몰아쳐서 우리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인간으로 만드는 심판의 길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이 약속 이후에도 인간은 여전히 죄악에 빠져듭니다. 바벨탑을 세우며 하나님과 같아지려고 했습니다. 이것은 처음 사람, 아담과 하와가 선과 악을 아는 열매를 먹음으로 하나님과 같아지려 했던 유혹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심판이 아니라 그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셔서 여러 길을 열어놓았습니다.
가차없이 심판하던 하나님은 이제 기다리며 인내하는 하나님이 됩니다. 심판의 하나님은 용서와 관용의 하나님이 됩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정한 언약으로 스스로를 제약합니다.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을 인간을 위해 참고 포기합니다. 이제 성서가 펼치는 이야기는 죄많은 인간이 거룩하신 하나님의 뜻대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을 위해 끊임없이 당신을 낮추고 새로운 시작을 거듭하는 하나님 이야기로 바뀝니다. 심판 대신 계약을 맺고 인간이 그 계약을 거듭어겨도 하나님은 그 계약을 기억하며 충실히 이행합니다. 명령하던 하나님은 동행하는 하나님이 되고 여전히 거역하는 이들을 참고 기다리며 예언자를 보내어 자신의 사랑을 알아 달라고 청합니다. 끝내는 사람의 몸을 입고서 사람의 길을 걸으며 그들의 죄를 대신 감당하셨습니다. 성서는 낮아지고 낮아져 사랑 그 자체가 되어, 인류를 구원하는 하나님의 변화를 들려줍니다.
사순의 여정은 주님의 십자가에 담긴 하나님의 변함없는 약속과 구원의 은총을 되새기는 시간입니다. 더불어 우리 또한 판단과 정죄의 눈길을 거두어 용납하며 기다리신 그분을 닮아갈 수 있도록 은혜를 구하는 시간입니다. 십자가의 주님을 뵙는 것은 우리의 믿음의 능력이 아니라 그분의 한없는 기다림과 용서하심을 힘입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당신을 바꾸어 우리에게 다가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바뀌어 그분께 가까이 나아가고 있는지 우리의 변화 이야기를 들려드릴 때입니다.
<기도>
주님, 아버지 하나님께서 당신의 약속에 얼마나 신실한 분인지를 기억하며 감사드립니다. 주님께 약속하고도 쉬이 잊고 불평하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우리의 생명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잊지 않게 하시고, 참고 기다리는 주님을 더 자주 기억하게 하셔 서 조금의 손해나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되갚으려는 옹졸함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저를 일깨워 주십시오. 아멘.
『사순절묵상집_곁에 머물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