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나눔


[사순절 묵상] 2024년 3월 12일 화요일

사순 20. 3월 12일 화요일

<같은 은총 다른 걸음>

오늘의 말씀_고린도전서 10:6-13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고린도전서 10:12

 

    어릴 적 주일학교 선생님이 들려주던 출애굽 이야기는 굉장했습니다. 바로를 무릎 꿇린 열 번의 기적, 물이 갈라져 벽처럼 세워진 홍해를 이스라엘은 지나고 애굽의 병사들은 삼켜진 이야기, 광야의 구름기둥과 불기둥, 하늘에서 내린 매일의 만나 그리고 반석에서 물이 솟구친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내 앞에 그런 기적이 펼쳐진다면, 그토록 놀라운 일을 경험한다면 나는 하나님을 원망하고 우상을 만드는 말도 안 되는 짓은 하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매일 매 순간 하나님의 손길을 누리고 인도하심을 경험하면서 어떻게 하나님께 불충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믿음의 여정을 지나면서 나 또한 광야에 섰던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어리석은 인생임을 알게 되었지요. 어쩌면 가끔은 그들보다 더 뻔뻔하고 목이 곧은 인생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도는 이러한 경향이 구약 백성에게만 있었던 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고백하는 신약 백성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을 일러줍니다. 그는 출애굽의 백성과 그리스도의 교회 성도의 여정을 비교합니다. 출애굽 백성은 홍해를 건너는 세례를 통해 모세에게 속했으며, 하나님 주신 만나를 먹고 바위에서 솟는 생수를 마셨습니다. 고린도의 교우는 믿음으로 세례를 받았고 예수님으로부터 매일의 영적 양식을 공급받습니다. 사도의 설명은 출애굽 백성과 자신들이 다른 처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놀라운 사랑과 은총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우상숭배와 패역을 일삼았고 끝내 그 세대는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날마다 하나님의 은총을 누리고, 주님의 기적을 경험한다 해도, 그것을 자신이 받아야 할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순간부터, 하나님을 향한 감사는 사라지고 하나님은 우리의 뒷전이 됩니다. 우리의 필요가 다 채워졌으니, 다시 필요한 욕망이 있을 때까지 물러나 있기를 원합니다. 베풀어 주신 은총이 아무리 많아도 채워지지 않은 욕망은 허기를 불러일으킵니다. 채워지지 않은 것을 향한 욕망의 불길은 그 무엇으로도 끌 수 없고 불평과 원망으로 타오릅니다. 욕망만 채울 수 있다면 영혼도 내어줍니다. 하나님의 자리는 없습니다. 그들에겐 우상이 하나님이 됩니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사람을 대상화합니다. 음행은 하나님의 형상인 사람을,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삼은 결과입니다. 내 욕망을 채울 수 있는지 하나님을 시험하며 떠봅니다. 더 나아가 불평과 원망으로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도록 끊임없이 자신과 주위를 부추기며 동의를 구합니다. 동조 세력이 믿음인 양 착각합니다.

    사도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 경고합니다. 바울의 말은 이스라엘 백성이 죄를 지으면서도 자신들은 믿음으로 행한다고 여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혀 잘못을 저지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지요. 허물인 줄 안다면 돌이킬 기회가 주어지겠지만 잘못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도리어 뭐가 문제냐며 큰소리치겠지요.

    믿음으로 행한 것이 도리어 하나님을 시험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세 번이나 부인했을 때는 통곡하며 회개할 수 있었지만, 수난을 예고한 주님의 어깨를 붙잡고 '그래서는 안 된다'며 설득하려 했던 베드로처럼 말입니다. 베드로는 진심을 담아 주님을 위하는 행위를 했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기록된 글을 보는 우리에겐 그의 허물이 보이지만 그 상황 속의 베드로는 사탄아 물러가라'는 주님의 음성이 무척 섭섭했을 것입니다. 그가 그렇다면 하물며 우리는 어떻겠습니까?

 

<기도>

주님, 제 믿음의 여정에서 허물이 드러날 때마다 얼른 주님 앞에 고백하며 회개하게 하십시오. 더 바라기는 제가 믿음으로 행했다고 여기는 것 앞에서 주님의 마음을 숙고하게 하십시오. 거기에서 제 허물과 감춰진 속마음을 발견하여 다시 엎드리게 하십시오. 그런 눈은 당신이 주시지 않고는 도무지 얻을 수 없습니다. 저야 늘 제가 잘난 줄 알고 착각하지 않습니까? 주님 도우소서. 아멘.

 

『사순절묵상집_곁에 머물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