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나눔
[사순절 묵상] 2024년 3월 14일 목요일
사순 22. 3월 14일 목요일
<돌이켜 조용히>
오늘의 말씀_이사야 30:15-18
주 여호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가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가 돌이켜 조용히 있어야 구원을 얻을 것이요
잠잠하고 신뢰하여야 힘을 얻을 것이거늘 너희가 원하지 아니하고
이사야 30:15
선교 사역 중에 현지인 친구들에게 자주 들은 말이 있습니다. '위에는 정책이 있지만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라는 말입니다. 당(黨)이 새로운 정책을 하달하면 익숙했던 삶은 새로운 파도를 만난 양 흔들리고 다시 적응해야 하지만 수천 년 생존해 온 민초의 지혜는 삶을 뒤집는 정책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대책을 찾아 삶을 이어왔다는 거지요. 이렇게 말하는 이들의 표정에는 어려움을 견뎌내며 살아왔다는 자긍심과 삶을 뒤흔드는 정책 입안자를 향한 조소가 담겨있습니다. 입안자에게는 대단한 혁신 같아도 그들의 눈에는 별다르지 않은 조삼모사(朝三暮四)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유대의 왕 아하스는 시리아와 북이스라엘의 연합 공격에서 벗어나고자 북방의 제국 앗수르를 찾아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한 세대가 지난 후 상황이 뒤집혔습니다. 아하스를 이은 왕 히스기야는 제국 앗수르의 공격을 받습니다. 이제 히스기야는 남쪽 애굽으로 달려갑니다. 아비는 북으로 달려갔고, 아들은 남으로 달려갑니다. 한때는 맹약을 맺은 관계였으나 어느새 원수가 되어 뒷덜미를 물려고 듭니다.
앗수르로든 애굽으로든 달려가는 한편 하나님의 사람도 찾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합니다. 다만 전제가 있습니다. 진실되고 올바른 예언은 말고 솔깃한 말, 설사 거짓된 것일지라도 부드러운 말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면 입을 다물라는 거지요. '눈 가리고 아웅' 해달라는 격이고, 아랫돌을 빼서 윗돌에 괴면서 괜찮다고 말해달라는 것입니다.
이리저리 내달리며 계교를 찾고 동맹을 맺는 유대를 향해 예언자는 '그것은 결코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애굽은 그늘이 되지 못하고, 거친 광야를 건너면서까지 바리바리 싸간 사절단의 선물도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길은 남이나 북으로 달려가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 있지 않고 하나님을 바라는 것, 믿음에 있다는 것입니다.
돌이켜 조용히 있는 것, 마음을 바꾸는 것입니다. 위기를 모면하려 누구에게 줄을 대야 할까, 누구의 힘을 빌릴까하며 밖으로 내달리는 것이 아닙니다. 삶과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 앞에 머물며 자신의 어리석음과 허물을 내어놓음으로 그분이 허락하는 든든함, 평안을 누리라는 것입니다. 대책이 우리를 든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믿음과 신뢰가 우리를 평안으로 이끕니다. 이 평안으로 말미암아 잠잠히 하나님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길을 열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가 없이 부산한 마음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예언자의 말씀이 인생의 면목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너희가 날랜 말을 찾으면 적들은 더 날랜 말을 타고 쫓을 것이라', ‘끝내 홀로 남겨진 깃대 같으리라’
인생이 이리저리 뛰며 부산한 동안 하나님은 기다립니다. 은혜를 베풀고자 하지만 이를 바라보지 못하고, 눈앞에 휘둘리는 동안 주께서 기다립니다. 인생이 주님을 향할 때에야 주님은 일어서십니다. 길을 열고, 공의를 펼치고자 하십니다. 하나님의 기다림이 끝나고 믿는 이의 기다림이 시작됩니다. 평안과 신뢰 가운데서 잠잠히 하나님께서 베푸는 구원을 체험해야 합니다.
십자가는 우리를 멈추게 하는 곳입니다. 대책을 찾아 횡으로 이리 저리 헤매던 마음을 모아 십자가를 바라보는 거지요. 그 위에서 무력하게 기다리던 주께서 우리의 돌이키는 마음을 받고 '구원의 역사'를 완 성해 가실 것입니다.
<기도>
주님, 제가 덮쳐오는 파도에 짓눌려 이리저리 대책을 찾는 인생임을 고백합니다. 남으로 북으로, 좌로 우로 눈 돌리는 이 부산한 마음을 멈추고 십자가를 바라보게 하십시오. 우리를 기다리는 당신을 바라보게 하시고 십자가의 구원을 누리게 하십시오. 십자가에서 부어지는 은총으로 평안을 누리며, 주님의 행하심을 기다리게 하십시오.
『사순절묵상집_곁에 머물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