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나눔
[사순절 묵상_십자가의 길] 2025년 3월 6일 목요일

사순 2일
3월 6일 목요일
<기억의 기억>
오늘의 말씀_시편 103:12-14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우리의 죄과를 우리에게서 멀리 옮기셨으며 아버지가 자식을 긍휼히 여김 같이
여호와께서는 자기를 경외하는 자를 긍휼히 여기시나니
이는 그가 우리의 체질을 아시며 우리가 단지 먼지뿐임을 기억하심이로다."
지혜로 이끄는 길이 늘 밝고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넓은 우주 속에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깨닫는 순간, 주위 사람들과 비교해볼 때 별 특별할 게 없는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은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우리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미래의 언젠가에 경험하게 될 고립된 사건이 아닙니다. 죽음의 그림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드리워져 있습니다. 인간의 모든 불안과 탄식은 여기서 비롯됩니다. 과도한 욕망과 집착, 놓아야 할 것을 놓지 못하는 것 역시 인간의 유한성에 기인합니다. 정직한 사람 중에 부정적인 사람이 많고, 지혜로운 사람 중에 염세주의자가 많은 까닭도 이 때문입니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라는 한 철학자의 말이 관용적 표현이 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사순절은 내가 한 줌의 재로 끝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기억하 는 절기임과 동시에, 하나님께서 나를 기억하고 계심을 기억하는 절기입니다. 기억의 기억'을 훈련하는 것입니다.
정호승 시인의〈햇살에게〉라는 시가 있습니다.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이 먼지 같은 존재임을 상기하기 위해 일부러 스스로를 어둡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상의 현실은 끊임없이 우리를 위축시킵니다. 직장에서 무시당할 때, 불의한 현실 앞에 무력하고 비겁한 나를 볼 때, 가족과의 대화에서 벽을 느낄 때 무력함을 절감합니다. 뭐라고 한마디 건네고 싶은데 위로의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은데 내 손이 너무 차다는 것을 알 때, 확신을 주고 싶은데 나 역시 흔들리고 있다 싶을 때 나의 한계를 뼈저리게 의식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됩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지요. 인간은 유한한 시간과, 시간이 갈수록 더 연약해질 수밖에 없는 몸의 한계 안에서 살아갑니다. 이 한계를 인식할 때 우리는 절망합니다. 자신에 대한 절망은 때로 우리에게 유익이 됩니다. 나를 비추는 은총의 햇살을 의식할 때입니다. 시편 기자는 우리가 먼지 같은 존재라는 절망과, 하나님이 우리를 기억 하신다는 사실이 주는 희망과 위안을 함께 말합니다.
<기도>
긍휼의 하나님, 먼지 같은 나를 잊지 않으시고 기억해주시는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연약함 속에서 주님을 의지하며, 그 어떤 절망도 주님의 사랑보다 크지 않음을 묵상 하게 하소서. 사순절 동안 삶의 모든 순간을 주님의 은혜로 새롭게 하시고, 하나님의 기억 속에 있는 나를 바라보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아무도 혼자 울지 않는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