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나눔
[사순절 묵상_십자가의 길] 2025년 3월 24일 월요일

사순 14일
3월 24일 월요일
<돌보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
오늘의 말씀_마태복음 6:26-27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겠느냐"
복사기는 1분에 30장을 출력하고, 고객의 접속을 유혹하는 인터넷 프로바이더는 경쟁자보다 몇 분의 1초 빨리 웹페이지를 뜨게 하려고 노력한다. 커피 전문점에서는 뜨거운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람들에게 대화와 여유를 선사했던 커피 한 잔은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 길을 가며 홀짝거리다가 커피를 바닥에 쏟곤 한다.
독일의 칼럼니스트 슈테판 클라인이 『시간의 놀라운 발견』(웅진 지식하우스)에서 한 말입니다. 많은 일을 짧은 시간에 해주는 문명의 이기 덕분에 우리 삶은 편리해졌지만 그 편리함이 우리에게 여유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더 분주한 삶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들의 꽃, 공중의 새를 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늘 지나다니는 길에 꽃이 피어 있어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치는 것이 우리의 분주한 삶입니다. 치열한 경쟁으로 점철된, 아차 하는 사이에 뒤처질 수 있다는 긴장된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피하기 힘든 모습입니다. 이 ‘실용의 세계’밖에 '심미의 세계'가 있습니다. 바쁜 가운데도 가끔씩 꽃을 들여다보거나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여유, 아름다운 음악이 들리면 잠시 멈추어 귀 기울이거나 지하철을 타면서 소설책 한 권을 들고 탈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심미의 세계를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영성의 세계'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꽃과 새소리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새의 날갯짓 속에서, 꽃의 빛깔과 여유로운 자태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셨습니다. 이름 없는 작은 새들, 한철 피었다 지는 꽃도 섬세히 돌보시는 하나님이시라면, 그 자녀들을 살피시고 돌보실 것이라는 믿음을 말씀하십니다.
'영성'(spirituality)은 민감성'(sensitivity)입니다. 영성의 세계는 심미의 세계나 실용의 세계를 떠나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모두를 포괄하는 세계입니다. 참 영성의 사람은 세상의 아름다움에도 눈을 뜨게 됩니다. 인류 역사에 가장 빛나는 예술품들이 종교에서 흘러나온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잘 다듬어진 영성은 일상의 삶을 차분하고 활기 있게 살아낼 수 있게 해줍니다. 현대인들이 이다지도 분주하게 사는 것은 불안 때문일 것입니다. 불안하기에 빨리 달리고, 빨리 달리기에 여유가 없어 더 불안해집니다. 하나님의 돌보심을 신뢰할수록 우리는 그 불안에서 자유할 수 있습니다. 그 자유와 여유 가운데 이웃을 돌볼 여지가 생길 것입니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바쁜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 특별한 용기가 필요해진 시대, 사순절 묵상을 통해 그 용기와 여유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기도>
주님,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고 하나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주소서. 그 민감함으로 주위 사람들의 탄식을 들을 수 있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아무도 혼자 울지 않는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