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나눔


[사순절묵상] 2024년 2월 14일 재의 수요일

사순 1. 214일 재의 수요일<은밀한 선과 숨은 기도>
오늘의 말씀_마태복음 6:1-6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마태복음 6:6

 

    예수님 당시 자선과 기도는 신앙의 소중한 실천과제였습니다. 유대인들은 하나님께서 지은 세상이 죄와 허물로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 했기에, 자선은 죄로 부서지고 고장 난 세상을 수리하는 길이라고 여겼습니다. 옳습니다. 힘닿는 대로 자선을 베푸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순종이며 선한 사역에 참여하는 길이었습니다. 하루 수차례 드려지는 정기적인 기도 또한 율법이 정한 의무입니다. 주님은 율법이 가르친 자선과 기도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주님 역시 바쁜 중에도 힘써 기도했습니다. 자신을 따르고자 하는 이에게,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에게 주고 나를 따르라고 하실 만큼 자선과 나눔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예수님은 자선을 베풀고 기도하는 이의 마음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살펴보라고 일러주십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는 않는지 아니면 실천을 통해 하나님과 더 깊은 관계로 이끌리는지를 돌아보라는 거지요.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마음은 길을 잃어버리게 되거니와 주위 사람의 눈길과 칭송이 상이 되고 그를 둘러싸지요. 자기만족으로 채워지면 하나님께 구할 것은 점점 없어지겠지요. 예수님은 아버지 하나님을 '은밀한 중에 보시는 분'이라고 말씀합니다. 우리의 믿음의 행위도 은밀해야 하려니와 마음의 지향도 행위 못지않게 은 밀해야 합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아버지 하나님과 눈길을 맞추기란 쉽지 않겠지요.

    사순의 시기를 걷는 이가 처음 얻는 이정표는, 숨어서 보는 하나님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숨어서 보는 아버지께 나아가기 위해 믿는 이는 조심스레 걸어야 합니다. 숨어서 보는 주님만이 볼 수 있도록 하는 자선과 기도는 마치 사랑하는 이들 간의 은밀한 눈맞춤과 같습니다. 상대에게만 보여주고 싶고, 둘만의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비밀 을 만드는 것입니다. 신실한 믿음은 사랑과 같아, 은밀할수록 깊고 온전하게 서로를 간직하게 됩니다. 이 마음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고 넉넉하지요. 사랑으로 드려진 선행은 하나님께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분은 숨겨진 선행으로 우리로서는 감히 생각지도 못 한 열매를 맺습니다. 이 열매를 흐뭇해하며 '자, 보려므나! 네가 한 것을 나는 이렇게 쓸 수 있단다‘라며 말씀하실 것입니다. 숨은 자선은 하나님을 일하게 할 수 있고 믿는 이의 눈을 열어 하나님의 행하심을 보게 합니다.

    안타깝지만 이미 드러난 행실은 더 이상 확장될 수가 없습니다. 드러났기에 사람들로부터 아름다운 행실이라고, 귀한 믿음이라고 충분 평가와 칭찬을 받습니다. 평판은 굳어지고 자기만족을 상으로 받았습니다.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강화되는 자리에 하나님께서 할 여지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을 살피는 주님을 기억하며 은밀하게 우러르는 연습이 없다면, 믿는다는 고백은 있으나 믿음의 주님은 없는 불행에 빠지겠지요. 세상은 좋은 것이라면 알려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그래야 하나님께서 더 영광 받는다는 이유로 예수님 말씀을 외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순절의 첫 이정표는 숨어서 보시는 하나님을 닮으라고 권합니다. 숨어서 보시는 주님을 떠올리며 이 하루 동안 주님과 은밀한 기억 만들기를 청하십시오.

 

<기도>

주님, 눈에 드러난 것만 보고 판단하는 데 익숙해지고 말았습니다. 때론 아버지 하나님조차 제 생각과 판단으로 짐작하는 허물을 짓고, 보는 눈을 의식하는 삶이 되었습니다. 숨어서 보시는 아버지와 은밀하게 눈을 맞출 수 있는 믿음과 지혜를 주십시오. 사순의 시간 동안 은밀한 선과 숨은 기도로 아버지와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게 하시고 저 작은 선과 기도를 받으셔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체험케 해 주십시오. 아멘.

 

『사순절묵상집_곁에 머물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