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나눔


[사순절 묵상] 2024년 2월 21일 수요일

사순 6. 2월 21일 수요일

<해결사 욕망>

오늘의 말씀_마태복음 4:1-13

시험하는 자가 예수께 나아와서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명하여 이 돌들로 떡덩이가 되게 하라
마태복음 4:3

 

    주께서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광야에서 시험받는 장면입니다. 예루살렘을 향하는 여정에서 주님의 첫걸음을 되새기는 이유는 '십자가 사건을 깊이 이해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사건은 예수님의 사역 끝에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실 구원의 처음과 나중이 한결같으며 사탄의 유혹에 대답하는 예수님의 말 씀 속에 이미 십자가의 길이 담겨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주께 속삭이는 사탄의 유혹은 그럴듯하고 심지어 합리적인 생각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이 정도는 할 수 있고, 또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매우 도전적인 물음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적어도 굶주린 이들의 배는 채워주고, 그런 다음에 뭘 해도 해야 할 것 아닌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증명하는 것은 교만한 게 아니라 알려져야 할 것을 알리는 것 아닌가? 어차피 이 세상이 끝내 당신께로 돌아갈 터인데 절 한 번으로 도탄에 빠진 인생을 구원하는 것이 가성비 측면에서 좋은 길이 아닌가? 사탄의 속삭임은 그럴 듯 합니다. 한마디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당신은 구세주로 오셨으니 합리적인 해결사가 되시오'라는 유혹입니다.

    세 가지 유혹을 관통하는 것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해결사가 되라'는 겁니다. 삶에는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요. 우리는 우릴 얽어맨 문제들을 속히 풀고, 이왕이면 멋있게 해결하고 싶어 합니다. 영웅을 기다리며 우러러볼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모든 유혹을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주님의 선택은 하나님의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는 길, 하나님을 섬기며 그분의 뜻을 여쭙고 그분이 기뻐하는 길을 걷는 것입니다.

    광야에서 받는 유혹과 예수님의 답변은 일단락되지만 공생애를 통해 끊임없이 변주되어 등장합니다. 사탄이 그랬던 것처럼 예수님을 찾아온 이들 또한 주님이 해결사가 되어주길 청합니다. 주님은 한결같이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길을 일러주십니다. 말씀에 순종하는 길을 걸으며 우리에게 동행하자 청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따르라'는 말씀 은 당신이 앞장서서 영웅적으로 이끌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을 붙잡고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는 이 길이 생명을 위한 유일한 길이며 바른 길이니 함께 가자는 권면입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동안 끊이지 않는 유혹은 바로 해결사가 되어보라는 어둠의 부추김입니다. 우리 안에도 해결사가 되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습니다. 이 욕망은 선(품)을 가장해 우리를 사로잡습니다. 힘과 능력을 발휘해 자신에게 닥친 일이나 이웃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지 않냐며 속삭입니다. 넌 할 수 있다고, 너가 해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기도가 우선'입니다. 주님의 말씀 앞에 머물며 우리를 둘러싼 문제를 진솔하게 내어드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말씀이 길을 열고 소망이 되는 것이 믿음입니다. 내가 나서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함께해 주시길 청할 때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주님의 은총을 누릴 새로운 기회가 되는 거지요.

    주님은 당신의 생애 전체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가는 것 이 참된 길이며 구원의 길임을 일러주셨고, 그 말씀에 의지하여 십자가 와 부활이라는 구원의 여정을 완성하셨습니다. 믿는 이들에게 주어진 길은 오롯이 말씀에 의지하는 길입니다.

 

<기도>

주님, 자주 당신께 제 문제를 해결해 주십사 청합니다. 제 입술에서 나오는 기도가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하고, 저 자신을 주님께 맡기며, 주님의 은총을 구하는 간구가 되게 해주십시오. 해결사가 되려다 유혹에 넘어지고, 주님께 해결해달라고 떼쓰다 당신을 원망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도록 오늘의 말씀을 기억하게 해주십시오. 아멘.

 

『사순절묵상집_곁에 머물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