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나눔


[사순절 묵상] 2024년 3월 1일 금요일

사순 13. 3월 1일 금요일

<호오好惡를 넘어서>

오늘의 말씀_사도행전 7:35-42

아론더러 이르되 우리를 인도할 신들을 우리를 위하여 만들라
애굽 땅에서 우리를 인도하던 이 모세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노라
사도행전 7:40

 

    출애굽과 광야 40년을 이끈 지도자요, 시내산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전한 모세에게 목이 곧은 이스라엘은 거역을 일삼았습니다. "누가 당신을 우리의 재판관으로 삼았느냐?"며 배척했고 광야의 여정 에서는 그의 권면을 듣기보다 노예살이하던 애굽을 그리워했습니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기 위해 하나님과 머물고 있을 때, 자신들을 이끌어 줄 새로운 신, 송아지 모양의 우상을 제작하여 제물을 바치고 즐거워했습니다.

    출애굽의 여정에서 백성이 모세를 거역한 것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분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통 가운데 신음 하던 노예살이의 채찍은 잊은 채 주인이 던져주던 고기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그들의 신음소리를 듣고 구원하신 하나님은 잊은 채 지금의 욕망 채우기에 급급합니다. 그들의 기준은 호오(好惡), 좋으면 하고 싫으면 하려 들지 않습니다. 좋고 싫은 것의 기준은 지금 당장 욕구를 채울 있느냐는 것이고, 내 맘대로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성숙하지 못한 인생의 기준이며 욕망에 기반 한 분별이기에 신앙과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삶과 영혼을 채울 기준으로 호오(好惡)를 선택하곤 합니다.

    백성은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을 받고자 시내산에 머무는 그 잠깐의 부재를 견디지 못하고 아론에게 자신들을 인도할 신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합니다. 미숙한 신앙은 침묵과 부재에 담긴 하나님의 깊은 뜻을 헤아릴 인내와 지혜가 없습니다. 참된 변화는 기다림을 통해 이루어지며, 성숙한 신앙은 하나님의 침묵을 통해 익어가지요. 어리석은 이들은 당장 눈을 만족시킬 대리물을 찾기에 바쁩니다.

    애굽의 기억을 되살려 송아지 모양의 형상을 만들고는 신으로 경배하며 떠받듭니다. 새로이 만든 우상은 애굽 시절에 대한 향수이기도 하고, 익숙한 것으로 돌아가려는 어리석음의 소산이기도 합니다. 백성들이 원한 것은 어르고 달랠 수 있는 신, 제물을 바쳐 조종할 수 있는 신입니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뜻을 맞춰주는 신을 원한 거지요. 어리석은 신앙은 우상숭배로 이어집니다.

    모세는 애굽의 왕자로 부러울 게 없는 인생이었으나 노예살이하는 동족의 편을 들다 배척받고 광야로 도망해야 했습니다. 편들고도 버림받은 셈입니다. 하나님은 배척받은 사람 모세를 택해 구원의 도구로 삼았습니다. 모세는 배척받을 것을 짐작하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합니다. 그의 기준은 호오(好惡)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욕망과 호오(好惡)를 기준으로 선택한 이들은 끊임없이 불평을 터뜨렸고, 말씀과 하나님의 뜻에 의지한 이는 끊임없이 엎드려 빌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모세는 지상에서 가장 온유한 사람, 덕에 가장 온전한 사람(민12:3)이 되었고, 목이 곧은 백성은 그 누구도 가나안에 이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가나안, 하나님의 약속의 땅으로 가는 여정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변화되는 여정입니다. 익숙한 과거와 결별하는 이 여정을 통해 삶과 신앙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출애굽은 욕망을 기준으로 한 호오(好惡)를 넘어서서 하나님의 법을 수여 받는 여정이며, 말씀의 백성으로 초대된 여정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을 향하는 예수님도 새로운 신앙의 기준을 세우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욕망의 호오(好惡)와 판단하는 시비(是非)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새로운 길입니다. 낡은 기준에 잡혀 서는 따를 수 없는 길입니다.

 

<기도>

주님, 저희에게 지상의 시간을 주신 것은 삶을 통해 당신께 더 가까이 오라는 것임을 기억하게 하십시오. 그러니 오늘 하루 선택의 순간이 주어질 때마다 익숙하고 편안한 것, 제 육신의 욕망을 채우는 호오(好惡)가 기준이 되지 않게 하십시오. 더 나아가 남을 판단하며 시비(是非)를 가리는 심판자가 되려는 고약한 마음에 빠지지 않게 하십시오. 하루가 끝날 무렵, 말씀이 저를 주님께 가까이 이끌었음을 감사하게 하십시오. 아멘.

 

『사순절묵상집_곁에 머물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