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나눔


[사순절 묵상] 2024년 3월 13일 수요일

사순 21. 3월 13일 수요일

<빛 가운데 삶>

오늘의 말씀_요한복음 8:12-20

예수께서 또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요한복음 8:12

 

    명함을 건네며 자신을 밝히는 것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초대의 표시입니다.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으니 나와 함께하는 파트너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 초대에 응할 것인지는 명함을 받은 이의 결정에 달렸습니다. 지나쳐 버릴지 아니면 연락할지에 따라 삶의 흐름은 달라지겠지요.

    예수님이 당신을 '세상의 빛'이라고 밝힌 것은, 듣는 이로 하여금 어둠에 있지 말고 빛으로 나와 생명의 빛을 얻으라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에서 반복되는 예수님의 자기 선언-나는 빛이다. 나는 생명의 떡이다. 나는 생명의 물이다. 나는 선한 목자다.-은 당신 신분을 밝히며 알아 달라는 것도 아니며, 나를 하나님의 아들로 대접해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응답하라는 초대이며 응답하는 이를 온전케 하겠다는 약속입니다.

    당신을 가리켜 '빛이라' 하심은 우리의 어둠이 어떤지 알기에 주신 말씀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빛을 그리워하고 동경하면서도 어둠에 빠져 스스로 삶을 헝클어뜨리고 있음을 알고 계십니다. 첫 인류 아담과 하와처럼 주님을 피해 그늘 속으로 숨고는 불안해합니다. 숨기고 싶은 것을 들키지 않으려 '어둠이 와락 나에게 달려들어서, 나를 비추던 빛 이 밤처럼 되어라‘(시 139:11) 탄식하기도 합니다. 늪과 같은 어둠 속으로 점점 더 빠져들고 어두워져서 자신이 누군지도 잃어버리고, 스스로 자신을 망치는 것도 모르는 척합니다. 빛을 원한다고 하지만 빛으로 다가 갈수록, 감추고 싶은 자기 모습이 드러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속마음을 들키게 되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둘 중 하나지요.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부인하면서 외면하든지 아니면 털썩 무릎 꿇으며 자신의 어둠을 내어놓고 항복하든지 말입니다. 예수님을 둘러싼 바리새인은 당신이 빛일 리 없다고 부인합니다. 본인이 자기를 증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비난합니다. 예수께서 진실을 드러내 보이면 자신들을 향한 공격이라 여기며 분노합니다.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니 이를 견딜 수 없습니다.

    빛이신 주님 앞에 자기 어둠을 내어드리는 이는, 어둠에 함몰되지 않고 빛이 주는 자유를 누립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순간 은 자기를 잃을 것 같고,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이게 됩니다. 어둠의 마지막 유혹입니다. 그러나 빛에 서는 순간 일등능제천년암(一橙能際千年暗), 등불 하나가 비추는 순간 천년 더께의 어둠이 물러갑니다. 빛은 믿는 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게 합니다. 빛은 우리를 새로운 피조물이 되게 합니다. 전혀 죄를 짓지 않는, 완벽한 사람을 만 들어 주는 것은 아닙니다. 화광동진(和光同塵), 비록 흙으로 지어져 먼지를 뒤집어쓰고, 그림자도 있지만 여전히 빛에 감싸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 어둠과 그림자, 먼지가 중심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빛이 우리의 중심임을 느껴가는 거지요. 고마운 것은 톨스토이의 고백처럼 ‘빛으로 나아갈수록 우리 허물이 더 잘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더 많은 잘못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빛이 밝아 우리의 아주 작은 먼지까지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허물이 잘 보이는데 더 자유해지고, 은혜 안에 살아가게 됩니다. 빛 가운데 삶'입니다. 예수의 빛 아래서, 아버지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며 그분의 선한 은총과 사랑에 젖어 듭니다.

 

<기도>

주님, 빛이신 주님 앞에 나서길 저어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때로는 부끄럽고 정말 드릴 말씀이 없어도 당신의 초대의 음성을 벗어나지 않게 해주십시오. 제 어둠을 고하는 것이 두려운 일이 아니라 더없이 복된 일임을 알게 해주십시오. 어둠에서 빛으로 건 너는 순간이 한없이 힘겨운 듯 하나 그것은 어둠의 속삭임일 뿐임을 잊지 않게 하셔서 예수님 당신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아멘.

 

『사순절묵상집_곁에 머물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