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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자료(31)
「차디찬 바닥에서의 탄식」
“나의 종을 보아라.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사람이다. 내가 택한 사람, 내가 마음으로 기뻐하는 사람이다. 내가 그에게 나의 영을 주었으니, 그가 뭇 민족에게 공의를 베풀 것이다. 그는 소리 치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며, 거리에서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실 것이다. 그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며, 꺼져 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며, 진리로 공의를 베풀 것이다. 그는 쇠하지 않으며, 낙담하지 않으며, 끝내 세상에 공의를 세울 것이니, 먼 나라에서도 그의 가르침을 받기를 간절히 기다릴 것이다.” 하나님께서 하늘을 창조하여 펴시고, 땅을 만드시고, 거기에 사는 온갖 것을 만드셨다. 땅 위에 사는 백성에게 생명을 주시고, 땅 위에 걸어 다니는 사람들에게 목숨을 주셨다. 주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 주가 의를 이루려고 너를 불렀다. 내가 너의 손을 붙들어 주고, 너를 지켜 주어서, 너를 백성의 언약과 이방의 빛이 되게 할 것이니, 네가 눈먼 사람의 눈을 뜨게 하고, 감옥에 갇힌 사람을 이끌어 내고, 어두운 영창에 갇힌 이를 풀어 줄 것이다.”(이사야 42:1-7)
예수님!
힘없고 가련한 이들 곁에 계시고자
슬픔에 지치고 억압과 착취에 억눌린 이들 곁에 머무시고자
저희 죄인들을 위해 당신의 목숨마저 외면하신 주님!
도로공사 대리석 바닥에서
광화문 차디찬 거리 바닥에서
꽁꽁 언 몸 서로 어루만져 보듬으며
따뜻한 안방에서 이 한 몸 뉘여 쉴 수 있는 날을
간절히 소망하는 저희 톨게이트 동지들에게
끊임없는 당신 사랑을 보여주시며
“너희가 옳다. 힘을 내어라.
너희가 승리하는 날까지 내가 항상 곁에 있어 주마”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주님!
저들은 또다시 15년 이후 입사자를 갈라치기하는 비열한 공격으로
저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곁에 있는 동지의 손을 놓고서는
직접 고용도, 6개월의 쓰라린 시간의 투쟁도,
동지의 어깨 안으며
서로 ‘고생했다, 고맙다, 함께여서 이 길을 올 수 있었다’ 하고
서로 위로하며 보듬어 줄 수도 없고
웃으며 동지의 눈을 바라볼 수도 없습니다.
주님!
도로공사의 비열함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하시며
저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시어
우리 모두 직접 고용이 되어
저희가 옳았음이 증명되게 해 주십시오.
사랑의 손길로 연대의 끈을 이어주신 주님!
그 사랑으로 저희가 오늘도 희망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또 위로받으며
힘찬 용기를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십시오.
동지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제자리로 돌아가는 그 날까지
항상 지켜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청하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난노동자 | 김정희
(2020 부활절맞이 묵상집/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