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함께 걷는 사순절 편지(32)

[너희도 이렇게 하라]

주이며 선생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겨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남의 발을 씻겨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과 같이, 너희도 이렇게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종이 주인보다 높지 않으며, 보냄을 받은 사람이 보낸 사람보다 높지 않다. 너희가 이것을 알고 그대로 하면, 복이 있다.(요한복음 13:14-17)

 

오늘은 세족 목요일. 주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이것은 하나의 본이 되니 너희도 이렇게 하라” 고 말씀하신 날입니다.

≪어느 날, 마귀가 부하 귀신들과 함께 걷는데 저 앞에서 한 사람이 뭔가를 발견한 것처럼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한 귀신이 물었다. “대장님! 저 친구가 뭘 발견했어요?” 마귀가 대답했다. “음. 깨달음의 한 조각을 발견했구먼.” 그때 귀신이 다시 물었다. “대장님! 저 친구가 저런 깨달음의 한 조각을 발견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불편하지 않으세요?” 그때 마귀가 말했다. “아니! 하나도 불편하지 않아! 이제 저 친구가 자신이 발견한 그 작은 깨달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높여가는지를 그냥 지켜보면 돼! 우리는 저 친구를 통해 많은 사람을 얻을 수 있을 거야.≫

가룟 유다가 깨달았습니다. “메시아는 저런 모습이면 안되는데.. 우릴 구원하실 분이 왜 십자가 스스로 죽으신다고 하지? 하나님의 아들이면 이래야 하는 거 아냐? 그렇군, 저분은 우릴 구원하실 메시아가 아냐...저 좋은 길이 있어” 그렇게 깨달은 가룟 유다는 은 30에 주님을 대적들에게 팔았습니다.

가룟 유다가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참 가난한 여인이었던 마리아는 고이고이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할 요량으로 잘 두었던 향기 나는 기름항아리를 주님의 발아래에서 깨트렸습니다. 바로 이 분이 우리를 구원하실 구원자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세족 목요일은 이렇게 은 30에 주님을 판 가룟 유다와 향유옥합을 깨트린 한 여인을 묵상하는 날입니다.

책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한번은 예순이 넘은 권사님께서 남편 (안수)집사님이 종종 가슴에 통증을 크게 느껴 자리에 주저앉아 고통을 호소하면 본인이 가슴에 손을 대고 기도해 주시곤 하는데 그 때마다 효과가 있어 잠시 후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그 집사님의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아버지 모시고 심혈관 전문 병원에 가서 심장 주변 체크를 하고 시술을 받으라고 야단(?)을 쳤다. 아니나 다를까. 모 유명 심장전문 병원을 찾아서 검사를 해보니 그 집사님의 심장 주변 혈관이 거의 다 막혀서 큰일이 벌어지기 일보 직전이던 상태였다. 만일 내가 그때 안수기도로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종교적인 해결책을 강구했다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내가 갖고 있던 설익은 의학 지식이 그 순간에 도움이 되었고 당연히 시술이 잘되어 그 집사님은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잘 지내신다.≫

ㅡ김요한, 상식이 통하는 목사, 새물결플러스, 89쪽ㅡ

자신이 알고 있는 깨달음,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들, 정말 내가 생각하기에 맞는다고 여겨지는 나의 생각,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어떤 능력들을 이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죽음의 자리로 뚜벅 뚜벅 걸어가신 주님의 십자가에 비춰봅시다. 그 십자가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조용히 내려놓아야지요.

 

“너희도 서로 하라” 말씀하시는 음성이 쟁쟁한 세족 목요일에

이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