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나눔
[사순절묵상] 2024년 2월 15일 목요일
사순 2. 2월 15일 목요일<기도의 이동>
오늘의 말씀_시편 25:1-10
주의 진리로 나를 지도하시고 교훈하소서 주는 내 구원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종일 주를 기다리나이다
시편 25:5
사순 둘째 날 시편은 이 믿음의 여정 동안 간직할 지혜를 일러줍니다. '여호와여 내 영혼이 주님을 우러러보나이다'(1절). 먼저는 주위를 횡(橫)으로 둘러보던 눈매를 종(縱)으로 세우는 것, 우러러보는 것입니다. 내 시선과 마음을 앗아가던 좌우의 것에서 눈을 들어 하나님을 향하는 것입니다. 주위와 일상은 늘 화급한 일들이 이어지고 어떻게든 마음을 뺏으려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횡으로 둘러보면 자연스레 비교와 판단 이 일어납니다. 주위의 사람들과도 비교하며 자신을 줍니다. 우러르는 것은 이것을 멈추고 주님을 향해 고개를 들고 눈을 드는 믿음의 첫 순서입니다. 흩어진 의지를 모아 주님을 향하는 것은 믿음의 소중한 시작이며 이로써 변화가 시작됩니다. 우러르는 것은 일상의 삶에 믿음으로 빈자리를 내는 것이고 틈을 벌리는 것입니다. 번다한 것들을 잠시 밀쳐두고 내 삶에 주님을 청하는 것입니다.
우러른다는 단어에는 기다린다는 뜻이 있습니다. 본문에 쓰인 단 어는 날품팔이가 하루를 마치고 품삯을 기다리는 간절함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종일 수고한 후 주인의 손에서 건네질 품삯에 대한 기대이자 가족이 평온한 저녁을 맞고 내일의 삶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기다림입니다. 그러니 주인의 선하심을 의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상의 균열을 내고 우러를 때 기도가 시작됩니다. 기도는 마음을 빼앗는 눈앞의 현실을 주께 내어드리며 이 삶에 개입해 주시길 청하는 것입니다. 시인의 기도는 구체적입니다. 원수들이 개가를 부르지 못하게 해달라고 청합니다. 그는 골방에서 자신의 성화를 위해 홀로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문제들로 인한 갈등과 어려움을 호소하며 주님이 주시는 선한 결말을 간구하고 있습니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그의 기도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원수를 이기길 청했던 시인은 주님의 길을 가르쳐 주시길 청합니다. 눈앞의 문제에 잡혀있던 이가 주님의 뜻을 구하는 이로, 자신의 필요를 채워주길 간절히 기다리던 이가 주님의 교훈이 무엇인 지 곰곰 살피며 그분의 지혜를 얻고자 합니다. 시인이 시작한 기도는 점차 하나님께서 이끄는 기도가 됩니다. 눈앞의 것에 잡혀있던 마음은 주 게로 옮겨가며 주님이 주시는 마음으로 채워집니다. 처음에는 시인이 주님을 청했지만 이제 주께서 시인을 초대합니다. 자신의 처지를 보아달라던 이가 이제 하나님의 구원의 손길을 바라봅니다.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인자하신 약속이 어떻게 임했었는지를 기억하며 주께서 베풀었던 용서와 사랑, 그 선하심에 젖어듭니다.
기도는 점차 확신으로 채워집니다(8-10절). 자신을 휘두르던 것에 서 벗어나 그분 앞에 머무니 이제껏 이 믿음의 여정에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끌며 세밀히 가르쳐주셨는지 분명하게 떠오릅니다. 어떻게 사냥꾼의 올무에서 벗어나게 하고, 반석이 되어주셨는지 기억할 수 있습니다. 기억 속의 하나님은 언제나 신실하게 응답하셨고 한결같았습니다. 믿음의 기억은 신뢰하지 못하여 지은 허물을 용서해주시길 청하는 기도가 되고 기도하는 이의 믿음을 일깨우며 북돋습니다. 끝내 이 길이 주께서 친히 인도하는 길, 진리의 길임을 확신하게 되고 찬양하며 일어 날 수 있습니다.
잠시 멈추어 가만히 우러름으로 나를 둘러싼 것에서 하나님께로 옮겨가는 은혜의 여정이 시작 됐습니다. 우선 멈춤! 고개를 들고 주님을 우러르십시오.
<기도>
주님, 이 사순의 여정 동안 관성에 끌려다니지 않고 잠시 멈춰 주님을 우러르게 해주십시오. 제단 위에 드려진 제물처럼 저를 멈추게 하셔서 제 눈길을 이끌어주시는 주님의 손길을 찬양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제가 뭐라도 된 양 나설라치면 조용히 타일러주시고 당신을 바라보라고 마음을 두드려 주십시오. 그런 사순절을 지내길 원합니다. 아멘.
『사순절묵상집_곁에 머물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