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이 헌 목사의 여름편지(2)

<새 술과 새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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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승합차량이 도착을 했습니다. 그동안 사용하던 승합차는 운행 거리가 연식에 비해서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워낙 오래된 연식이어서 <노후차량>으로 분류가 되어 매연 개선구조를 하던지 아니면 운행에 제한을 받으며 타든지 해야 했습니다. 구조적으로 노후가 되기도 했구요.

그러나 이러한 차량도 필요한 교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교체하는 시기의 교회차량을 소개해 주는 선교회를 통해 충남 예산에 있는 한 농촌교회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타이어 등등 필요한 부분은 카센타에서 손을 보아 놓은 상태여서 당분간 큰 무리 없이 차량을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착한 승합차는 그동안 우리가 익히 보던 외관과는 좀 많이 달랐습니다. 회사의 홍보멘트를 보면 <우주선> 모양을 고려했다고 합니다. 정말 실물을 보니 앞부분이 우주선의 이미지를 많이 떠올릴 수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이전에 현재의 이러한 코로나 상황을 고려할 수는 없었겠지만 어쩌면 현재 인간의 삶의 형태에 대한 구조적인 변화와 탈출을 강력하게 요청받는 상황에서 <우주선> 모양의 새로운 차량은 묘하게 앞으로 이 차를 사용하며 우리 교회가 나가야 할 자리를 이끄는 도구로서의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최근 <총, 균, 쇠>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UCLA 지리학과 교수가 국내의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2050년, 우리 문명은 이제 30년 남았다”

이 인류문명학자는 2013년에는 문명의 연한을 50년으로 말했는데 코로나 이후 이 시기를 스스로 수정을 하며 2050년 즉 30년 정도의 시한이 지속가능한 문명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학자의 상상이고 문명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겠지만 인류문명에 대해 오랫동안 숙고와 연구를 해온 한 학자의 말을 곱씹어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4월 4일에 나온 한 센서스 결과가 충격적입니다. 미국 성인 중 8.4%가 가끔 먹을 음식이 떨어졌다고 했고, 2.3%는 자주 먹을 것이 없어 배고픔을 참아야 한다고 답했다고 하는 조사였습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 센서스를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미국 인구는 3억 3천만 명입니다. 한국은 약 5천 만 명이죠. 그런데 실제로 미국은 3천만 명의 나라입니다. 미국은 약 3억명을 내다 버렸어요. 엄청난 불평등이 존재합니다.” 그러면서 이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즉 현재 인류 문명의 불평등의 문제(국가 간의 불평등을 포함해서)는 결국 우리 스스로를 파멸시킬 것이며 코로나는 이에 대한 강한 학습을 요구하고 지구적 대안을 마련하라는 강한 숙제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를 비롯해 85개 개발도상국이 2022년 말까지 국민 다수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현재 가난한 국가의 접종률이 1% 미만인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지구적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이후 기후위기 등의 위기 앞에 <문명>은 회복 불가능 수준으로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한 인류학자의 얘기가 매우 묵직하게 마음속에 들어왔습니다.

세계적으로 모든 나라가 뉴 노멀(new normal)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규범. 새로운 원칙, 새로운 틀이 아니면 미래 사회가 어렵다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전에 예수님은 우리에게 “새 술은 새 부대” 에 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일반적으로 새 술은 이전의 유대인들이 맛보지 못했던 주님의 생명의 복음이며 가르침이고, 새 부대란 바로 그 복음을 따라가기 위한 우리들의 새로운 규범으로 묵상해 본다면 이전에 우리교회가 가졌던 ‘가죽부대’를 이 비대면의 시대에 잘 살펴보아야겠습니다. 또한 우리 개인의 외면인 <나의 가죽 부대>로 면밀히 살필 일입니다. 낡았다면 과감히 버리고 새 부대를 다시 입어야 할 것입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함으로 비로소 앞으로의 새로운 하나님의 선교를 감당할 수 있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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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모양으로 우리 앞에 다가온 교회의 새 선교 차량을 보면서 다시 <새 부대>를 묵상합니다. 코로나 이후 이 차량에 교회학교 학생들을 태우고 또 성도님들을 모시고 더 넓은 하나님의 선교로 나갈 모습을 상상하며 한껏 달아오른 이 더운 여름날을 이겨 내고 있습니다.

 

이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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