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이 헌 목사의 여름편지(4)

<지금은 해 질 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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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입니다. 이에 질 세라 매미도 부지런히 날개를 비벼 댑니다. 스마트워치로 소음도를 측정해보니 무려 88db가 나옵니다. 김포경전철이 66db 정도인데 매미울음이 장난이 아닙니다. 짧은 여름, 번식을 위한 치열한 생존의 몸짓, 매미들에게 생존의 해질녘의 풍경입니다.

 

지금은 우리들에게도 해 질 녘입니다.

서쪽 바다로 넘어가는 반쪽 남은 붉은 해를 바라보며 오늘 우리들이 머물러 있는 자리를 생각합니다. 가만히 머물러 이 무더위를 묵상하고 거리두기를 묵상하고 또 그 동안 우리들의 삶의 패턴을 묵상하며 다시 생(生)의 분주함과 긴밀한 일상을 준비할 때입니다.

 

한 치의 오차가 없는 정확한 하나님의 시계 안에서 다시 저 물러간 해가 동쪽에서 떠오르는 것처럼 우리들의 해질녘도 그분의 시간 안에 있음을 묵상하며 감사함으로 바라봅니다.

 

이 해 질 녘,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서로를 향한 중보와 따듯한 시선입니다. 당신 없이 내가 설 수 없고 또한 나 없어 당신이 수고스러움을 나누며 이 해질녘의 시간을 나눠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시간은 아름다워지며 풍경은 따듯해지고 관계는 오롯해 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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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숲길을 걸었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도 오롯했지만 숲을 이룬 나무는 더 단단하고 넉넉했습니다. 이 해 질 녘, 우리가 왜 숲을 이뤄야 하는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여름의 더위는 더 많이 남아 있지만 저녁 무렵 선선한 바람 몇 가닥을 만나며 하나님의 정확한 시계는 ‘째깍 째깍’ 흘러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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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시간 안에 지금은 해 질 녘.

 

이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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